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앞장섰다. 직접 연단에서 영어로 프리젠테이션(PT)하며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경쟁 PT’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부산은 준비됐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 2030년 부산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특히 “1851년 런던 엑스포가 영국의 산업혁명을, 1900년 파리 엑스포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뒤, 2030년 부산 엑스포는 ‘연대의 가치로 전환한 엑스포’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PT는 오는 11월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회원국 표심을 사로잡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돼 왔다. 윤 대통령이 직접 PT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이날 우리나라(부산) 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PT도 실시됐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의 세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쟁과 분규, WMD(대량살상무기)와 테러는 세계의 평화는 물론 문명의 존속 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 인구의 37%에 달하는 29억명은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폭우,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해 2억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며 디지털 격차와 이상기후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독려하는 한편, 부산 엑스포가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을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대양으로 나아가는 도시”라고 소개한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만남의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환상적인 교류의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역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70년 전 전쟁으로 황폐화됐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에 힘입어 첨단 산업가 혁신 기술을 가진 경제 강국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받은 것을 보답하고자 한다”며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기후 위기, 디지털전환, 식량·보건, 교육 등 분야의 국제 협력사업과 한국의 글로벌 파트너십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국제협력 모델을 말한다.
‘문화 엑스포’로써 110개 이상 회원국에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모든 나라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기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 외에도 우리나라에선 가수 싸이와 부산 세계박람회장 마스터플랜을 총괄했던 진양교 홍익대 교수, 에듀테크 스타트업 에누마의 에누마 대표가 연사로 부산 엑스포 유치 당위성을 역설했다. 싸이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세계가 하나 될 또 하나의 K-브랜드’를 주제로, 진 교수는 ‘미래의 솔루션을 품은 공간, 2030 부산 세계박람회장’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국가 등 모두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부산 엑스포를 통해 지혜를 모아 미래를 바꾸자고 호소했다.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ECC) 등 한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인 프랑스 건축가 도미티크 페로도 영상으로 출연해 부산 세계박람회장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는 유치응원곡 ‘함께’(We will be one)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엑스포 유치 염원을 노래했다.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는 오프닝 영상에서 부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도 파리에서 PT를 외곽 지원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건설을 통한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슬로건으로 수도 리야드가 최적의 개최지라 강조했다.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16일부터 파리에서 179개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유치 활동을 벌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20일 프랑스에 도착해 에마위넬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유치전을 펼쳤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