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를 광고모델로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사가 또 다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의 부당한 서비스 운영으로 이용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국회에서도 해외 게임 사업자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 입법이 진행 중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업체 Y사 한국법인은 지난 4월 일찌감치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지난달 국내 출시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데빌노트: 보물 헌터’의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보호관리 주체다. 이달 23일 이와 관련 채권자집회와 채권조사가 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데빌노트: 보물 헌터는 5월 출시 당시 하루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게임 순위 1위에 등극하며 화제를 끌었던 콘텐츠다. 사전등록자도 100만명에 달했다. 독특한 게임 세계관과 콘셉트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런 관심과는 달리 정작 한국법인은 게임 출시 전부터 파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법인이 청산되고 나면 게임 서비스 운영을 철수하거나 미비점이 생기더라도 국내 이용자가 권리를 보호 받기 어려워진다.
이 중국 게임사는 과거 2019년에도 국내 출시 1년도 안 된 게임 서비스를 전격 종료하고 다른 게임을 출시하는 이른바 ‘먹튀’ 행태로 빈축을 샀던 곳이다. 2021년 이 회사가 선보인 ‘삼국지혼’은 10개월여만에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해외 서버로 이용자 정보를 옮긴 후 최근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 삼국지혼 이용자 수백여명은 현재 게임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파산을 신청한 Y사 한국법인 제1채권자는 Y사 홍콩법인이다. 한국법인 청산 과정에서 국내 이용자로부터 거둔 수익을 대부분 본사로 이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제2채권자는 결제 플랫폼을 제공한 다날, 제3채권자는 지난해 ‘뮤’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10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웹젠이다.
전자신문은 Y사 측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담당자를 수소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책임자로 명시된 대표이사 전화번호는 현재 ‘없는 번호’로 확인됐다.
해외 게임사 먹튀 행각을 방지하려면 국내 대리인을 의무 지정,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도 해외 게임사들의 무책임한 행태 방지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 게임 관련 사업자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고 등급 분류, 관련 의무 및 금지사항 준수 업무, 게임물의 표시 의무, 사후관리에 따른 보고 등을 대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해외 게임사 관련 국내 게이머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 적용 대상이 국내로 한정돼 있다 보니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해외 게임사도 우리 법·제도 아래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게임 이용자가 피해받지 않도록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