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플랫폼사에 지급하는 고용보험 지원금을 줄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지원금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업계에선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전속성 요건이 삭제됐다. 이에 배달 플랫폼 라이더는 전속성 요건과 무관하게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간 플랫폼 내 활동 라이더는 한 사업장에서 한 달 소득 115만원, 노동시간 93시간을 넘겨야만 전속성이 인정 돼 산재보험이 적용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산재보험 관련 행정절차가 플랫폼 운영자에게 부과되는 내용도 신설됐다. 보험관계 신고·자료제공 협조의무를 플랫폼 운영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플랫폼 노동자의 정보가 집적되는 플랫폼 운영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통상 배달 플랫폼의 경우 플랫폼 운영자와 라이더가 노무를 제공하게 되는 플랫폼 이용사업자(지역 배달대행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48조의4 7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보험사무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분기별 5600만원 상한의 고용보험 관련 행정 사무 지원금을 플랫폼사에 지급해왔다.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지원금 중 일부를 산재보험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5600만원을 균등 분할해 각각 분기별 28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당 방안에 대해 6월 중순 행정 예고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자가 사업자가 아니기에 고용보험 관련 행정 의무 대행에 대한 지원을 해오고 있었다”며 “고용보험 지원금을 5600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한 바 없으며 5월 간담회를 통해 업계에 균등 분할하겠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금 삭감이 배달 대행 업계 및 라이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비용 부담이 가중돼 성실 신고 여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중소 플랫폼 업체에 치명적이다. 적자와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중소 배달 대행 플랫폼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사무 지원금 축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질적 저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재보험은 고용보험과 다르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산재보험은 한 건이라도 라이더가 배달을 하면 플랫폼 입직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산재보험 관련 민원은 고용보험 민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금이 뒷받침 되지 않을 시 필요 인력의 부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영세 플랫폼사의 경우 비용 부담으로 고용·산재 보험 사무 이행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산재보험 불성실 신고로 이어져 또 다른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