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라면 사칙연산, 즉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의 계산 순서를 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괄호를 우선으로 하고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 보다 먼저 하게 된다. 우선 순위가 달라지면 계산 결과도 달라진다. 한편 “곱셈을 덧셈, 뺄셈보다 왜 먼저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뻔한 답이 돌아온다. 규칙이 그러니까…
기업을 30여년 해오며 깨달은 것이 있다. “순리를 쫓고 관성의 힘을 믿는 것”이다. 노자는 순리를 물에 비유한다. 흐르던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그 웅덩이를 가득 채우고 또 다시 흐른다. 물은 절대 건너 뛰는 경우가 없다. 물은 둥그런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습,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난 모습이 된다. 물은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윗물이 되려 한다. 하지만 모든 물은 아래에서 만난다. 아랫 물이 가장 높은 물이다.
순리란 순조로운 이치다. 자연이 순리를 거스르지 않듯, 사람 역시 순리의 틀에 송곳을 들이밀 수 없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승리의 비결은 간단하다. 전 구간을 고르게 달려 완주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청년기는 덧셈과 곱셈에 전력한다. 배움을 더하고, 체험을 늘리고, 남보다 2,3배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장년기가 되면 뺄셈과 나눗셈이 일상이 된다. 더한다고 풍족해지거나 덜어낸다고 빈곤해 지지 않는다. 필자는 오랜 기간 반도체사업을 했고 회사이름은 바른전자였다. 바른전자… 너무 착해 보이고, 그래서 다소 유치한 듯한 이름이지만 한해 매출액이 3천억원에 이르고 반도체 제품 전세계 점유율 1위기업이라면 새삼스럽게 본다.
우리 주변에는 분별없는 탐욕으로 패가망신한 기업이 많다. 대표적 기업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다. 금호는 1946년 일제강점기에 창업하여 사세확장을 거듭하였고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하지만 빚 돈 3조5천억원에 총 6조4천여억원을 쏟아 부으며, 매월 수백억 원의 이자까지 부담하게 되었고 결국 그룹 몰락의 트리거가 됐다. 후유증은 심각했다. 재무악화에 코로나 팬데믹상황까지 겹치며 ‘아름다운 기업’을 표방했던 아시아나항공의 날개마저 꺾였고 80여년전 창업 당시로 돌아갔다. 국제그룹, 대우그룹, 기아그룹 모두 마찬가지로 추수동장(秋收冬藏)에 실패한 재계 10위권 그룹의 대표적 해체 사례다.
가장 빠른 길은 “바른길”이다. 많은 기업이 한 순간에 정상에 오르기를 바라지만 욕심일 뿐이다. 웅덩이를 건너뛰다 빠지기 일쑤이고, 모난 돌이 먼저 맞는다. 모름지기 경영이란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은 걸을 때, 뛸 때, 쉴 때,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 걸을 때 충분히 생각하고, 뛸 때 목숨 걸고 싸우며, 쉴 때 정비해야 한다. 살다 보면 내려놔야 할 순간이 오고, 버려야 할 순간이 오고, 빼앗기는 순간도 온다. 그런데 이들을 움켜지면 결국 암 덩어리가 된다. 빨리 가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 가장 빠른 길은 바른길이다.
김태섭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tskim2324@naver.com
〈필자〉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적 ICT경영인이다. 바른전자 포함 4개 코스닥기업을 경영했고 시가총액 1조원의 벤처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반도체, 컴퓨터, 네트워크 SI 등의 전문가로,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대학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상장사 M&A플랫폼인 피봇브릿지의 대표 컨설턴트이며,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고문, (사)한국M&A투자협회 부회장 등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