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전기차 3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사업을 강화하는 현대차가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6일 LG에너지솔루션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총 5조7000억원(약 43억 달러)를 투자해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기로 했다. 2025년 말 생산 시작이 목표다.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해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30만 대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로 독보적 제품 경쟁력과 적극적 전동화 전략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곳”이라며 “현대차그룹과 지분 50%를 공동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를 통해 미국 전기차 사업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에 주목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들어 고성능 전기차를 적시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추가 합작사를 세워 안정된 배터리 수급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 설립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양사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에 10GW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첫 친환경차인 아반떼 하이브리드부터 시작해 현재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6 등 순수 전기차에 대한 배터리 공급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강자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역량, 제품 경쟁력을 강화,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SK온과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SK온,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장 건설로 미국에서만 생산능력을 65GWh까지 높이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한 전기차 차량에 대당 최소 3500달러,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전기차 판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 배터리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는 2025년부터 전기차 생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