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보조금 푸는 이통사… 최대 27만원 지원

무약정 0원 요금제 71개 등장
자사망 점유율 방어 대리전 양상
전달 사업자간 이동 15만633명
시장 활성화·출혈경쟁 양날의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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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스퀘어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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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가 자사망 임대 알뜰폰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정책지원금(보조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가입 회선당 최대 27만원까지 지원하면서 무약정 ‘0원 요금제’가 속출했다. 이통사간 망 도매대가 점유율 경쟁이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지만 알뜰폰의 이통사 의존을 높이는 양면적 결과를 초래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판매 중인 0원 요금제 상품은 71개다. 모두 약정 없는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다. 대부분 일정기간(6~7개월)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공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은 이통 3사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이통사는 자사 통신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대가를 받는 대신 가입자 유치에 따라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종의 판매장려금이다. 최근 이 보조금이 가입자당 24만~27만원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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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가입자 번호이동 현황

업계 관계자는 “27만원이면 3만원짜리 요금제를 7개월간 무료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이통사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0원 요금제 손실분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면서 알뜰폰 업체는 손해보지 않고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3월 모바일CO(컴퍼니) 산하에 MVNO(알뜰폰) 영업팀을 꾸리고 자사망 임대 사업자에 대한 본격 지원에 나섰다. 과거에는 알뜰폰 견제 기조였지만 국민은행 KB리브엠 시장 진입을 계기로 알뜰폰 시장에서 자사망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에 대응해 지난달 LG유플러스가 지원금을 늘렸고, 이달부터는 KT도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0원 요금제 경쟁은 사실상 자사망 점유율 방어를 위한 이통 3사 대리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공짜 프로모션은 알뜰폰 시장 활성화 촉매역할을 했다. 지난달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는 전월대비 15.6% 늘어난 24만7428명을 기록했다. 지원금 활성화에 따라 1분기 대비 이동가입 순증 수가 크게 늘었다.

다만 이통사 보조금에 의존한 0원 요금제가 단기적으로 가계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로 알뜰폰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입자 방어를 위한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끊길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업체는 도산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알뜰폰 사업자 간 가입자 이동건수는 15만633명에 달한다. 공짜 요금제를 놓고 뺏고 뺏기는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자생력 없이 이통사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사업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시장 경쟁 촉진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도매대가 인하 등 자체 전산설비를 갖춘 풀(Full) MVNO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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