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동반 하락하며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소비회복 지연 여파에 중국법인과 면세사업 부진이 지속됐고 글로벌 마케팅 비용 부담이 가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최근 한중 관계가 냉각되는 분위기에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1% 줄어든 1조9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그룹 전체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925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면세 채널 하락으로 전체 매출이 줄었지만 백화점과 멀티브랜드숍, 국내 화장품 e커머스 채널에서는 매출이 확대됐다.
중국 매출이 감소한 해외 시장도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줄었다.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6.8% 하락한 3494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매출 하락의 여파로 전체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6.9%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북미와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고성장을 이뤘다. 북미 매출은 80% 성장했고 EMEA 지역에서도 매출이 94%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한 브랜드 구축' '글로벌 비즈니스 고도화'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 등 추진 전략으로 반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북미, 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한 글로벌 성공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도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과 e커머스 사업 역량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한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건도 시장 전망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45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9%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2.4% 늘어난 1조6837억원을 기록했다.
음료 사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화장품과 생활용품 이익 감소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전사 매출에서 30%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500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지역별 매출 비중은 중국 11%, 북미 8%, 일본 5% 순이다.
뷰티 사업부의 경우 중국 매출 감소로 영업이익이 11.3% 감소한 61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HDB(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1.9% 늘어난 5630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40.7% 줄어든 327억원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해 타개책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사업은 럭셔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e커머스 접점을 늘리고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역량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융·복합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도 나선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소비 지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화장품 수요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1∼3월) 외국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금액은 7년여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대중국 판매액은 전년 대비 62.1% 급감한 1527억원에 그쳤고 이 중 화장품 판매액이 1407억원으로 60.6% 급감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중국 소비 지표 서프라이즈 발표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수요 회복은 시장 기대치와 다소 괴리가 존재한다”면서 “상반기를 기점으로 전 사업부 실적은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