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한-중 관계 경색 국면에 '초긴장'

한미회담에 반한감정 확산 전망
하반기 단체관광 허용도 불투명
젝시믹스·무신사 등 사업 빨간불
아모레퍼시픽, 매장 전면 철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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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유통업계가 시름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과 함께 중국 수요 공략에 시동을 걸었지만 정치 이슈가 다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조치 이후 중국 시장 회복만을 기다려온 유통가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사들은 지난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중 관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방미 일정 전후로 양국 정부가 연일 예민한 반응을 주고 받아서다. 올해 초 불거진 방역 문제 등 연이은 마찰에 현지 반한 감정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에서는 중국 해관총서가 한국산 화물에 대한 검사 강화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해관총서는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며 통관 문제를 관장한다. 지난 2017년 사드 보복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한국산 화물에 대한 통관검사 비율이 상향돼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유통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위드코로나' 체제 전환 이후 뒤늦게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보복성 소비로 활성화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시점에서 악재가 터졌다.

중국 시장에 신규 진출한 업체들도 걱정이 커졌다. 브랜드코퍼레이션 브랜드 젝시믹스는 지난달 15일 중국 상하이 대형쇼핑몰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향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알리바바와 손잡고 역직구 플랫폼 '티몰글로벌'에 입점했다. 아직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나 향후 관계 악화를 가정한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 시장 비중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시장 철수를 일찌감치 결정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상반기 중 '이니스프리' 매장을 완전 철수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6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지난해 67개까지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을 포함해 중화권 내에 매장을 전면 철수한다.

면세업계도 한·중 관계 악화에 속이 타고 있다. 올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줄이면서 수익이 개선됐지만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객단가가 높고 국내 제품 선호도가 높은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유입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동남아시아 단체 관광객이 수요를 일부분 상쇄하고 있지만 중국 단체 관광에 비하면 규모가 부족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단체 관광 허용을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모습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매출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며 “중국 단체 관광이 풀리지 않는 한 완전한 리오프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