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미래는 '첨단과학기술' 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워싱턴 선언'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반도체 연구 권위자인 아난타 찬드라카산 MIT 공대 학장 등 과학기술 석학과 만나 한미동맹의 미래는 국방·안보를 넘어 첨단과학기술에 있다고 바라봤다.
윤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해외 석학과 만나 과학기술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캐나다 토론대에선 인공지능(AI) 석학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선 양자(퀀텀) 석학과 대담했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MIT를 찾은 것도 처음이다.
이날 대담은 찬드라카산 MIT 공대 학장의 사회로 모더나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 합성생물학의 창시자 제임스 콜린스 교수, 컴퓨터 의공학 분야 권위자 디나 카타비 교수가 발제했다. 또 미국 '젊은 과학기술자 대통령상'을 수상한 뇌 매핑 분야 정광훈 교수, MIT 한국인 최연소 박사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김영백 서울대병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1년 만에 백신이 개발된 것은 디지털 기반 바이오 혁신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스턴 혁신의 상징인 켄달 광장과 MIT, 디지털 바이오의 공통점으로 연결·융합·혁신을 꼽으며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는 MIT에서 공학·의학·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바이오'를 창의적으로 수용하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AI 기술로 신약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이 가능해졌다면서 “융합의 산물인 디지털 바이오 연구 결과가 어떻게 인류를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될지 함께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의학과 공학적 지식을 겸비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도 함께 피력했다.
MIT에서 첨단과학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하버드에선 워싱턴 선언을 비롯한 군사·안보분야 순방 성과를 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험이 지금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 또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다.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국내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보스턴(미국)=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