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누가 경호를 위협하나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기 테러로 사망한 지 1년도 안 돼 이번에는 현 총리가 폭탄 테러를 당했다. 다행히 폭탄이 50초 뒤 폭발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무사했다.

이웃 나라에서 정상을 향한 테러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대통령 경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북한과 전쟁 중인 나라다. 경호에 진심이다. 정상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차단된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부인의 동선·위치·일정 등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경호 인력이 곳곳에 배치되고, 재밍(전파방해)도 이뤄져 휴대전화가 불통되기 일쑤다. 전파를 이용한 폭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정보 유통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대통령의 동선·위치·일정 등이 빈번하게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 유출 주체와 방법도 다양하다.

여당과 야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이 공개된 자리에서 밝히기도 하고, 열성 지지층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정을 공개하기도 한다. 우리 기업과 경제단체는 물론 외신과 동맹국에 의해서도 대통령 위치와 동선이 노출된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빨라지면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게 됐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안위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경호는 중요하다. 북한·중국·러시아 등 공산주의 국가는 물론 혈맹인 미국에도 대통령의 동선은 최고급 정보다.

그러나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 정보 유출을 모두 막아낼 수가 있을까. 정보 노출 자제 요청만으론 부족하다. 실상에 맞는 보안등급 확보,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스템 구축까지 대응이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디지털정부에 맞는 합리적인 경호 시스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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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