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장거리 주행 시 충전 우려도 크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소형 전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를 다녀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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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8.

푸조 e-208을 타고 서울 강남에서 강원 강릉까지 440㎞ 왕복했다. 소형 전기차지만 완충 시 280㎞를 달릴 수 있어 단 1회 추가 충전만으로 고속도로 주행을 문제없이 소화했다. 푸조 특유의 탄탄한 핸들링 감각으로 경쾌한 운전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시승차인 e-208은 푸조 소형 해치백 208의 전동화 모델로 2019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상품성은 이미 유럽에서 검증을 마쳤다. 대담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0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유럽 베스트셀링 EV'를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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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8.

e-208은 푸조가 한국에 내놓은 첫 번째 전기차다. 지난해 한 차례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주행거리가 크게 늘었다. 배터리는 기존 e-208과 같은 50㎾h(120Ah)를 유지하면서 기술 개선을 통해 주행거리를 14.8% 증가한 280㎞까지 확보했다.

외관은 푸조 e-208은 기존 208보다 더 날렵하고 역동적인 차체 비율을 갖췄다. 전장은 4070㎜, 전폭은 1745㎜, 전고는 1440㎜이며 축간거리는 2540㎜으로 소형차 크기다. 전면부는 푸조의 새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LED 주간주행등(DRL)은 헤드램프에서 범퍼 하단까지 수직으로 적용했다. 앞 프론트 그릴을 키워 차체를 더 커보이는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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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8.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볼륨감을 넣어 역동적 인상을 자아낸다. 후면부는 최신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담아 좌우로 길게 뻗은 검정 유광 패널에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풀 LED 3D 리어램프를 장착했다. 차체와 동일한 색상을 반영한 전기차 전용 전면 그릴과 보는 각도에 따라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보이는 전기차 전용 라이언 엠블럼, C필러와 트렁크에 전기차 전용 'e' 모노그램을 추가해 전기차임을 강조했다.

실내는 인체 공학적 구조의 최신 아이-콕핏 인테리어를 반영했다.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상단 디지털 패드에서 다양한 주행 정보를 각각의 레이어에 보여준다. 중요도나 긴급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현해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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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8 실내.

상단부와 하단부가 잘려진 'Z' 컷 형태의 더블 플랫 운전대는 다른 차량보다 크기가 월등히 작다. 운전자가 계기판 정보를 쉽게 인지함은 물론 푸조 고유의 코너링을 만끽할 수 있게 설계했다.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센터패시아의 토글스위치에는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들을 담아 사용성을 극대화했다. 내비게이션은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e-208은 차세대 공용화 플랫폼 CMP의 전기차 버전인 e-CMP 플랫폼을 적용했다. 초고장력 강판과 고장력 강판, 열간성형강, 알루미늄 등을 활용해 안전성과 차체 강성은 높이면서도 무게는 30㎏ 이상 경량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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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천휴게소 e-pit에서 충전 중인 푸조 e-208. 정치연 기자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e-208의 핵심이다.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26.5㎏·m로 제원상 높지 않은 수치지만, 작은 차체 덕분에 순간 가속력은 부족함이 없다. 내연기관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도 일품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을 채택했는데 요철을 적절히 걸러주며 고속 안정감도 뛰어났다.

주행 모드는 노멀, 에코, 스포츠 세 가지를 지원하며 회생제동 시스템을 더 활성화하는 제동 모드를 사용하면 주행가능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50㎾h로 최신 전기차와 비교하면 작은 용량이다. 1회 충전으로 환경부 복합 기준 28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도심 기준 300㎞, 고속도로 기준 256㎞를 인증받았다. 전비는 복합 5.4㎞/㎾h로 시승 당일 5㎞/㎾h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다만 과속으로 주행하면 전비가 급격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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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아 운전의 재미를 높이는 푸조 e-208 운전대. 정치연 기자

e-208은 100㎾ 급속 충전기 기준으로 30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실제 시승 시 주행가능거리 50㎞를 남기고 내린천휴게소에 마련된 E-pit 초급속 충전소에서 충전하니 20분도 지나지 않아 80%까지 충전할 수 있었다. 미리 목적지 주변 충전소를 파악한다면 작은 배터리로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e-208의 큰 이점이다. 레이더를 통해 차량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 고는 장거리 고속 주행에 피로감을 줄여줬다. 여기에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 사각지대 충돌 알람 시스템 등을 모두 기본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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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e-208 충전구. 정치연 기자


e-208 가격은 알뤼르 4900만원, GT 530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 484만원을 기본으로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 혜택을 더하면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성비와 운전의 재미를 갖춘 소형 전기차를 원한다면 e-208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