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학자 울리히 베크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칭했다. 자연재난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위험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안고 있는 사회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월 말에도 튀르키예 지진으로 사망자가 5만명 이상 발생했다.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세계에서 680만명이 희생됐다.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화·대형화돼 발생하는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난안전관리 제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재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해결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는 재원 확보가 필수다.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재난안전특교세)는 이러한 측면에서 국민 안전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원 분배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국세 일부를 지자체에 교부하는 '지방교부세'가 있다. 이 가운데 지자체의 재난 복구사업, 재해 예방시설·안전시설 확충 등 재난·안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재난안전특교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표면이 1.1도 상승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봄철에는 강수 부족에 따른 극한 가뭄이 발생하고 여름철에는 예측할 수 없는 집중호우, 대형화된 태풍 등으로 자연 재난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회 발전으로 도심지역은 새로운 형태의 복합재난이 발생하곤 한다. 도시 건물의 고층·지하화는 화재, 침수, 지진, 감염병 등에 다양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도시 인프라가 노후화되면서 싱크홀, 급경사지 붕괴 등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증가했다. 화재, 산불과 코로나19 같은 사회 재난까지 일상화되는 등 재난 범위는 넓어진다.
이에 대응하는 지자체의 역할도 확대돼 재난·안전 분야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작 안전을 위해 쓰인 예산은 지자체 전체 예산의 3%에 불과하다. 이는 지자체에서 사회복지(36.13%), 환경(8.89%) 등에 사용된 예산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부족한 재난안전 재원을 재난안전특교세로 보완하고 있다. 2015년 이후 2022년까지 재난·안전 예방사업으로 4조2161억원(연평균 5270억원)을 지원했다. 재난 복구사업으로 1조5437억원(연평균 1930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5조7598억원(연평균 7200억원)의 재난안전특교세를 투입했다.
재난안전특교세의 중요한 재원 운용사례를 보면 먼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2년까지 코로나19 방역대책비로 재난안전특교세 256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7월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54일) 지속된 장마와 연이어 태풍 마이삭·하이선으로 발생한 피해 복구를 위해 소요되는 지자체 부담 복구비 1조1440억원 가운데 3054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남부지방의 가뭄으로 생활·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도서 지역 급수 운반, 해수 담수화 및 지하수 관정 개발 등 지자체에서 가뭄대책을 추진하도록 지난해 9월부터 420억원의 가뭄대책비를 지원하는 등 재난 현장에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복구비로 지원하고 남은 재난안전특교세는 지자체의 재난 예방을 위한 재난·안전사업비로 지원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재해예방사업의 효율적 관리 및 재난경감 효과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해예방사업 비용이 잠재적인 피해시설물 복구비용보다 약 4분의 1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반영해 사회 전반에 걸친 재난·안전 위험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재난안전특교세로 지원하는 예방사업 범위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재난 발생에 대비해 하천 정비, 침수 위험지역 개선, 급경사지 정비,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등 시설물 성능을 강화하거나 위험 교량 보수·보강, 노후 하수관로 정비 등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는 재난예방사업에도 사용된다.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 보강, 보행환경 정비 등 범죄·교통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생활안전 사업까지 우리 생활 주변의 안전과 재해예방 인프라 마련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지자체의 예방과 대응 준비를 위한 재난·안전 사업을 위해 7818억원의 재난안전특교세를 투입, 안전 확보에 기여했다.
지난 1월 정부는 새로운 위험에 상시 대비하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확립을 위해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예측'도 안전관리의 중요 과정으로 포함해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상시 관리하고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65개 세부 실행계획별로 국가·지자체·공공기관 간 투자계획이 실현에 옮겨질 것이다. 재난안전관리특교세도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 마련에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는 등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이 현실에 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
'나라를 단단하게, 국민을 든든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재난위험 요인을 차근차근 정비하고 있다. 국가는 지자체의 재난과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안전 문화 확산을 유도하는 데 지속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중앙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재난 안전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 재난안전특교세라는 재정적 힘이 지렛대로 가해진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sea2700@korea.kr
〈필자〉김성호 본부장은 강원 고성군 출신이다.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후 강원대 행정학 석사와 미국 미주리대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고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했다. 행정안전부 대변인과 재난관리실장을 지냈고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강원도 기획조정실장·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거나 산책을 즐기는 등 소탈하고 겸손한 행정안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총괄 지휘하며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