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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변화의 흐름을 설명하는 여러 키워드 가운데 데이터 경제라는 말이 있다. 데이터는 미래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 경제 상황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대응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애플, 구글, MS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 주도권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데이터 분야에서 불거지고 있는 새로운 변화는 이종 디바이스 간 연결과 관련된다. 지금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은 노트북, 스마트폰을 통한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향후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이종 디바이스가 연결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구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 모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현실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우리가 휴대폰으로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 선택했던 전략은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억제하고, 획일적 프로세스로 통일하는 방식이었다.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이 대거 출시됐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려면 개별 휴대폰 모델에 따라 디스플레이 화면 크기와 인터페이스를 전부 변경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유발됐다. 이러한 환경은 많은 개발사가 휴대폰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프로그램 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폰은 많은 개발회사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아이폰 새 모델을 출시할 때도 하드웨어(HW) 부분에 대한 대대적 변경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항상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토양이 됐다.

스마트폰의 등장 배경과 앱 생태계 형성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초연결사회 구현이 좀처럼 쉽게 달성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도 동일하다. TV, 냉장고, 세탁기,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디바이스들을 상호 간에 연결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SW)뿐만 아니라 HW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이처럼 커다란 도전을 가장 먼저 추진하고 있었던 회사가 바로 소프트뱅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비전 펀드라는 막대한 자금을 형성하고, 해당 자금을 통해 초연결사회를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대다수 회사에 직접적인 투자 내지 파트너십 제공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향후 움직이는 스마트폰 역할을 할 테슬라, 그리고 초연결사회 구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 ARM, 퀄컴 등 회사와도 지분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돼 있다.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알리바바, 우버, 디디추싱의 지분도 직간접적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손 회장의 시도는 그 결실을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 다국적 행동주의 펀드가 손 회장이 그간 보여온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과거와 같이 전권을 행사하며 비전 펀드의 운용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ICT 업계에서는 손 회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초연결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자신들의 중앙 서버 방식의 데이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기타 다양한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회사들 역시 에지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과연 이들 중 진정한 초연결사회를 달성해 낼 회사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