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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지능형인프라본부장

국가정보원이 4월부터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보안적합성 검증 제도를 시행한다.

보안적합성 검증 제도는 국가정보통신망의 보안수준 제고를 위해 '국가정보원법' 제4조와 '전자정부법'제56조에 의거 국가·공공기관이 도입하는 정보보호시스템·네트워크 장비 등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제도로, 민간에서 이른바 '인증'이라고 통칭해 왔다.

국정원은 양자키분배장비, 양자키관리장비, 양자통신암호화장비에 대해 BB84 프로토콜 등 양자물리학과 정보이론에 의해 증명된 필수요구 사항을 검증한다. 시험기관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을 지정했다. 양자특성 시험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전담한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보안적합성 제도 시행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까지 검증 절차가 없어서 공공기관 등이 양자암호통신을 도입할 근거가 부족했고, 금융·의료 등 민간에서도 규제는 없었지만 사실상 공인시험 통과 제품을 요구하고 있는 등 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통신 업계와 장비 업계에서는 공공시장 진출 및 시장 확대를 위해 양자암호통신 장비용의 정부 인증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꾸준히 해 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부터 실시한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국정원의 양자암호통신 보안 적합성 실증을 지원,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보안 요구사항을 도출했다. ETRI·국가보안기술연구소·KRISS 등과 민간 협의체를 통해 제도 마련을 지원, 그 결실로 국내 양자암호통신 관련 업계의 공공시장 진입과 시장 확산의 문을 열었다.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양자암호통신을 도입한다면 국내 양자기술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준과 군사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보안적합성 검증이 갖는 신뢰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양자과학기술의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정보통신융합법 전부개정을 통해 양자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NIA를 지정했다.

NIA는 국내의 양자산업 활성화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3년 동안 공공·민간 분야에서 44개 응용서비스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양자암호통신 장비 3종 국산화, WDM 도입 광코어 구축 비용 50% 절감·양자암호통신 통신거리 연장, 선도적 상용 서비스 요금제 출시 등 성과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국내 양자암호통신의 상용화 및 산업화를 촉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각에서는 산업화 성숙도가 낮아서 산업 생태계 조성 노력보다 연구개발(R&D)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은 어느 하나가 우선되는 선후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는 보완 관계다. R&D 결과물이 신속히 상용화되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듯 기본적인 산업 생태계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개발·사업화·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양자정보과학 소위원회에서 제시된 양자 산업 활성화 밑그림을 살펴보면, 양자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비교적 성숙시장인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센서 분야를 향후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 투자를 통한 단기적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NIA는 유·무선 양자통신 등 양자기술에 대한 국내외 표준기반 시험·검증이 가능한 전국망 기반의 테스트베드 환경을 구축해 중소·벤처·스타트업 등 양자 분야 신규 기업 발굴 및 육성, 다양한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발굴과 실증 지원 등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중첩'과 '얽힘' 등 양자물리적 특성이 정보 처리 구현과 활용에 접목되면서

양자기술은 제2차 양자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게임체인저 기술로 진화했다. 기술 초기 단계이며 산업 태동기인 지금 선제적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 역량 결집과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양자과학기술 인력양성, 산업생태계 활성화, R&D 지원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 선제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정부 및 산·학·연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양자기술 4대 강국이라는 목표도 그리 멀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최대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지능형인프라본부장 choidk@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