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바이오의약품 분리정제공정에 사용되는 양극산화알루미늄(AAO; Anodic Aluminum Oxide) 소재 바이오 필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늘면서 원·부자재 수급 불안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거둔 성과여서 주목된다.
제나스는 나노 다공성 AAO 소재 기반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필터와 공정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 대상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현재 폴리에스테르술폰(PES) 소재 필터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머크, 폴, 싸토리우스, 아사히카세이 등 선진 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제나스가 개발한 AAO 필터는 알루미늄을 양극산화법으로 산화시켜 제작했다. PES 소재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나노 기공 및 채널을 균일하게 형성하는 것이 장점이다. 균일한 기공으로 유효 성분이 투과되는 수득률(추출효율)이 높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 원재료(원액)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현재 AAO 소재 바이오필터는 싸이티바(옛 GE헬스케어 생명과학부문) 산하 와트만 등이 상용화했다. 다만 가격이 직경 13㎜ 기준 장당 1만원 꼴로 비싸다.
제나스는 독자적인 필오프(떼어내는) 방식으로 생산 원가를 PES 필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낮췄다. 기존 알루미늄 양극산화 생산 설비를 그대로 사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공 크기는 10㎚에서 200㎚까지 형성할 수 있으며, 시린지필터용으로 규격화된 13·25·47㎜ 제품을 비롯해 주문 생산도 가능하다.
이규왕 제나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독자적인 표면 개질 기술과 나노 패턴 기술을 바탕으로 타사 제품 대비 기공을 균일하게 형성해 높은 시료 수득률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열적·화학적·기계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면서 “필터 외에도 우수한 광학적 특성을 활용해 질병 진단용 바이오센서나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필터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10% 수준의 유망 시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21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필터 세계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국내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이 확대돼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의약품 생산량이 급증하고 필터를 포함한 원·부자재 수급 불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제나스는 김동연 텔슨전자 전 대표가 이규왕 명지대 화학과 명예교수가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설립했다.
김동연 대표는 “현재 바이오의약품 분야 핵심 원·부자재인 필터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필터 품질은 의약품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생산 수율을 높이는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