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외환 전문 '네오뱅크' 센트비(대표 최성욱)가 미국 사업을 돌연 중단했다. 올해 초 야심 차게 현지 사업 론칭을 선언한 지 2개월 만이다.
센트비는 오는 15일 낮 12시부터 미국 현지발 송금 서비스를 중단한다. 서비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센트비 측은 서비스 중단 사유를 “미국 서비스 기능을 개선해 더 편리하고 신속한 송금 경험을 제공해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다른 사업 국가에서 출발하는 센트비 송금은 '익스프레스' 옵션 적용 시 보통 실시간, 늦어도 당일 도착이 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서 타 국가(한국 제외)로 보내는 송금은 이 옵션이 적용되지 않아 통상 나흘 정도가 소요된다.
미국은 글로벌 최대 송금 시장이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아웃바운드 개인 해외 송금 규모는 약 727억달러(약 92조7000억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잠재 고객은 3억3000만명에 이른다.
센트비를 포함한 소액송금 전문업체들은 전통 은행들이 송금에 쓰는 국제금융통신망 '스위프트'(SWIFT)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송금 여러 건을 모아 보내는 '풀링'(Pooling) 방식 등을 통해 현지 은행 대비 최대 90%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센트비가 미국에서 해외 송금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올해 1월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 서비스 국가로 미국을 결정했다. 미국 내 한국 교민과 유학생, 각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 등을 주요 타깃 소비자로 설정했다.
장기간 미국 서비스 론칭을 위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미국 내 인증기관 및 정부부처, 전통 금융권, 핀테크 파트너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며 해외 송금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사업 중단으로 말미암아 이후 목표 시장인 캐나다·호주·유럽으로의 진출 시기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트비 관계자는 “미국 서비스 론칭을 위해 아주 많은 준비를 해 왔지만 서비스 고도화가 조금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