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맞혔는데 왜 대표님과 이사님·광고주님은 문제라고 하지? 이해할 수가 없네.'
퍼포먼스 마케터치고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푸념의 끝에는 '그들이 실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가볍게 넘기기 마련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적극 활용하며 대중화됐다. 온라인 채널에서 소액 기부자를 모으기 위한 'A/B테스트'가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이제는 마케터가 아닌 사람도 반응당과금(CPA), 광고비대비수익(ROAS) 같은 지표를 일종의 비즈니스 상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오늘날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지표 위주의 KPI 설정과 커뮤니케이션이 마케팅 영역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마케터는 KPI에 해당하는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디어를 플래닝하고 바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왜 하고 있는지를 쉽게 망각하고 지표 맞히기에 열을 올린다.
시작된 지 이제 막 10년이 지난 퍼포먼스 마케팅의 몇몇 지표가 과연 전체 비즈니스 성장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성과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지표라 해도 왜곡이 전혀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이러한 질문은 '변수 통제가 어려워서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좋은 구실과 함께 휘발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애플이 쏘아올린 작은 공 'ATT 도입'을 시작으로 매크로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마케터가 절대로 수호해야 하던 그 지표들의 정확도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거시경제 악화로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증대했다.
이제 앞에서 한 질문에 대해 다시 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ROAS 200%인 A미디어가 ROAS 150%인 B미디어보다 우수하다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만약 A미디어에서 기여한 전환이 사실 광고에 노출되지 않았어도 발생했을 전환이었다면 B미디어가 더 우수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절대적으로 발생한 전환이 아닌 전환의 순증량에 집중해서 분석해 본다면 기존의 성과 평가가 뒤집어질 수도 있다. 최근 주요 빅미디어와 솔루션들이 증분 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또한 변화한 매크로 환경을 반영한 결과이다.
미디어 단위를 넘어 자사의 성과 측정 인프라도 재점검해야 한다. 기본값(LTA)으로 설정되어 있는 기여 설정 방법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 보기도 하고, 샘플링한 데이터를 간단한 엑셀로 희귀분석해 보며 마케팅믹스모델링(MMM)로의 필요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매크로 환경은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변화할 마케팅 시장도 여러 가설과 대응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리타기팅의 미래가 이렇게 바뀔지 누가 알았을까. 결국 마케터는 더욱 본질에 대한 질문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조규헌 팀민트 퍼포먼스 마케팅 총괄 ghjoe@team-min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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