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내년 전북특별자치도 전환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즈 대회'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등 올해 추진해야 할 큼지막한 이벤트도 다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전북도지사로 취임할 당시 '전국 최다득표율' '가장 젊은 도지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많은 축하를 받았던 그다. 그만큼 짊어져야 할 특별자치도 성공 출범의 책임감도 무겁다. 특별자치도 시대 김 도지사의 그림은 '전북경제 활성화'를 넘어 '전북도민의 자존심 회복'에까지 이른다. 광역시 하나가 없었던 도민들의 소외감을 보듬고, 전북 독자 권역으로 차별성을 키워 자부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목표다. 서울살이 35년 만에 도지사로 돌아와 고향의 미래를 설계하는 김 지사의 특별한 특별자치도 비전을 들어봤다.
-전북도지사로서 지난 8개월 소감은.
▲도민들께서 '전북경제를 살려내라'는 절박하고 엄중한 명령을 내리셨다. 그 명령을 받들기 위해서 지난 8개월여간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전북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새만금 유치, 국립청소년디딤센터 익산 건립 확정,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예타 통과, 법무부 지역특화형비자 시범사업 선정, 새만금 지역간 연결도로 예타 통과, 국가예산 9조원 시대 개막, 새만금사업법 개정안과 전북특별자치도법 국회 통과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변화의 임계점에 이르기에는 지역 내 사회간접자본(SOC)와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변화와 희망의 기운을 이어가면서 전북 발전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노력하겠다.
-올해 도정의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내년이면 전라북도라는 명칭이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뀐다. 행정·재정상 특별한 지원을 비롯해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으며 특별전북시대가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낙후와 소외를 겪어왔던 전북의 획기적 발전을 견인할 지렛대다. 동력이 마련된 만큼 올해는 도민과 함께 준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전북의 미래발전에 도움되는 특례규정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 그간 전북이 잘해왔던 사업이 강점을 지닌 부분과 맞닿을 때 그 폭발력은 극대화될 것이다. 대기업 유치 프로젝트,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과 스마트화 지원, 농생명바이오식품산업, 문화관광산업 등 지역특화산업 육성, 기업유치에 필요한 인재 양성과 과감한 이민정책 등 취임 이후 추진해 온 모든 정책이 특례 발굴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질 것이다.
-전북만의 자랑거리를 소개해달라.
▲새만금을 빼놓을 수 없다. 총길이 33.9㎞에 달하는 세계 최대 방조제 안에 국제협력, 산업연구, 관광레저, 농생명, 배후도시, 환경생태 등 용지가 조성 중이다.
그동안 새만금은 국민에게 분명히 와닿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체감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2020년 개통한 동서도로에 이어 올해 남북도로 완공으로 새만금 내부를 가로지르는 십자형 도로가 완성된다. 바다와 방조제만 보이던 새만금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고 기업 투자 의욕과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공항(2029년)과 신항만(2선석, 2026년), 인입철도(2030년) 등 이른바 트라이포트와 새만금 지역간 연결도로 등 교통물류망도 연이어 완성된다. 올해부터 트라이포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향후 5년안에 새만금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새만금 투자 기업에 대해 5년간 법인세, 소득세가 감면되는 새만금사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 통과됐다. 글로벌 농식품 허브,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이차전지 등 미래신산업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산업 씨앗이 파종되고 있다. 새만금은 대한민국 대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전북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힘'도 또 다른 자랑거리다.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K-컬처 본류를 찾아가면 '전북'과 '전주'가 나오게 된다. K-컬처의 의식주, 한복·한식·한옥은 전북이 가장 크게 발달해 있다. K-컬처 본류, 오리지널 플레이스는 전북이라고 자부한다. 그 경쟁력을 관광과 문화산업으로 풀아나갈 고민을 하고 있다. 조만간에 전북에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국제 K-컬처 사관학교'를 꼭 만들고 싶다.
-미래 전북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비수도권 지역 모두의 고민이겠지만 청년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전북은 14개 시군 중 10곳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제조업 기반 부족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경제력 지수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지역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규모 있는 기업 유치가 필요하다. 핵심 공약으로 대기업 계열사 5개 유치를 내건 것도 같은 이유다.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 정책은 과감히 바꾸고, 환경은 확실히 개선하겠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찾고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 높은 기술과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을 유치하고, 이들 대기업의 경험과 역량이 다시 지역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이미 삼성전자, 도내 기업과 함께 전북형 스마트 제조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것으로 도내 기업 20곳 정도가 사업을 마치자 다른 지역기업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예산을 확대해서 매년 중소기업 공장 30곳의 스마트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유출을 막기 위한 청년특화정책도 추진 중이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전북형 청년수당, 취업준비자를 위한 구직자 활력수당을 지급하고, 자산 형성을 위해 도가 적금 액수의 절반을 부담하는 두배적금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에서 결혼한 신혼부부를 위해서 2000만원 범위 내에서 전세보증금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미래산업 육성도 지자체 경쟁시대다. 전북도만의 전략을 소개해 달라.
▲전북의 특장점인 농생명·바이오·식품산업 육성에 나서겠다. 전북은 농업 관련 생산과 연구, 가공, 물류 등 전반적인 산업 기반을 모두 갖춘 지역이다. 농촌진흥청과 4대 농업연구기관(국립농업, 국립식량, 원예특작, 축산), 한국농수산대학원, 한국농식품연구원 등 농업기관에서 1000여명이 넘는 박사급 연구인력이 일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조성된 김제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새만금의 30%를 차지하는 농생명용지에서 생산을, 1단계 분양 완료를 앞두고 2단계 사업을 추진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가 가공기지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새만금 항만과 공항, 인입철도 등이 물류 유통을 맡게 될 것이다.
하림 등 지역 식품기업과 익산형 일자리도 추진 중이다. 새만금 글로벌 푸드 허브도 조성되고 있어 미국과 일본, 아세안 등 수출시장 다각화를 통해 전북 농가공식품 수출량을 늘릴 계획이다.
최근 이차전지 및 관련소재, 그리고 수소산업 핵심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 달라. 이차전지 분야는 천보비엘에스, 성일하이텍, 대주전자 등 10개 기업이 전북에 있다. 수소산업도 완주를 중심으로 수소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와 수소저장용기를 만드는 일진하이솔루스 등이 활동 중이다. 전주와 완주는 전국에서 3곳 밖에 없는 수소도시다.
-남다른 기업 투자유치 전략이 있는가.
▲지난 연말 일본 방문 중에 도레이 본사에서 닛카쿠 아키히로 사장을 직접 만났다. 현장에서 추가 투자를 요청했는데, 이번에 새만금산업단지에 생산설비 증설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서 뜻깊게 생각한다. 이번 추가 투자로 새만금 도레이에선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를 연간 1만3600톤 생산하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다. 여기에 PPS수지의 주원료인 황화수소나트륨도 4800톤 규모로 증설한다.
기업 유치는 진정성과 신뢰에 달려 있다. 취임 이후 국내 30대 대기업 관계자를 거의 다 만났다. 기업이 진정으로 바라고 요구하는 것을 알고 제대로 실현해줘야 기업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전북은 평당 임대료 5000원(연간)에 100년 사용할 수 있는 새만금 장기임대용지 조성, 새만금투자진흥구 및 기회발전특구를 통한 세금 감면 해택, 환경단속 사전예고제, 양대노총 상생협약 추진, 1기업-1공무원 매칭제도 및 기업애로전담조직 운영 등이 다양한 서비스를 기업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북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지자체로 자리잡길 바라는가.
▲전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생산기반 시설이 약했고, 낙후와 소외의 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은 이런 부분에서 다른 지역을 따라가려 했지만 앞으로는 전북의 강점을 살려나갈 것이다. 대기업 유치 프로젝트와 함께 지역 중소기업 혁신을 이뤄내고, 각 분야의 성공스토리를 확산해 도민이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성장을 이뤄내겠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것은 전략과 비전이었지만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새만금 사업 본격화, 기업 유치로 점차 메꿔가고 있다. 도민들도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전북도민들은 동학농민혁명의 후예들이다. 충분한 역량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에 도전하는 용기다. 끝까지 도전해서 전북경제를 살리라는 도민의 뜻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도민 여러분께서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라북도 군산 출신으로 군산제일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공인회계사 최연소 합격에 이어 행정고시와 사법고시까지 통과한 '고시 3관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군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국민의당 사무총장,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일반인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서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했던 모습으로 많이 기억된다.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고, 이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최연소, 최다득표로 전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전주=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