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하게 대립 중인 양곡관리법 처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2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가급적 국회의장의 수정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후 60일이 넘게 계류돼 다시 상임위로 돌아온 양곡관리법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민주당이 수용한 중재안은 정부의 재량권을 넓힌 것이 핵심이다. 당초 민주당안에 따르면 정부의 쌀 매입 의무화 기준은 '쌀 수요 대비 3% 이상 초과생산'과 '수확기 쌀값의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 등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장 중재안은 '초과 생산량 3~5%'와 '쌀값 하락 폭 5~8%'로 조정됐다.
정부·여당의 비판 내용도 일부 수용했다. 벼 재배 면적 증가를 이유로 생산량이 증가하면 정부에 재량권을 줘 매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벼 재배면적 증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시장격리 물량을 축소·감축하는 재량권도 추가할 방침이다.
김 의장은 “벼 재배면적 증가로 생산량이 늘어나리라 예측하지도 않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 경우에 예외적으로 추가수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을 정부에 줬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회의장의 제안은 시장격리 요건을 기존보다 완화하는 것”이라며 “정부에게 룸을 만들어주는 형태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며 “3~5% 안에서 5~8% 안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게끔 했다”
민주당은 빠르면 오는 24일에 양곡관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김 의장은 “수정안을 발의해 24일 혹은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위 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에도 같은 내용이 제안됐다. 국민의힘은 아직 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속히 답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이유는 정부·여당 측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곡관리법 추진에 힘을 쏟았던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법안 추진과 관련해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양곡법 취지와 현재 실정에 대해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어 양곡관리법을 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무조건 무제한 수매를 요청한 게 아니다”라며 “다른 작물 재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과잉 생산도 대부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무화로 인해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더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왜곡된 주장만 하고 있다. 동의하진 않지만 우려를 감안했다”고 했다.
이어 “농촌 지역이 소멸하고 있고 지방경제 침체의 주된 원인 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심사숙고했다. 절박한 지방 농민들을 대신해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