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민간발전사들이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관련 손실 보상 논의를 시작했다. 올 겨울 손실 보상 적용 여부를 두고 정부와 한전, 발전사 사이에 첨예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발전업계는 SMP 상한제로 이익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손실을 내는 발전사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소급 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와 한전은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SMP 상한제로 인한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삼천리의 계열회사인 에스파워는 지난 17일 실무규칙개정위원회에서 '긴급정산상한가격 도입에 따른 복합발전기의 계통제약발전 보정정산금 규칙개정안'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이 안건에서 지난해 12월 시작된 SMP 상한제 도입으로 경쟁력 있는 발전기의 SMP 이익이 사라지고, 복합발전기가 실제 비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SMP 상한제 시행 이전에는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기가 하루전 발전 계획에 반영돼 발전량에 대해 SMP 정산을 받았다. 하지만 SMP 상한제 시행으로 경쟁력 있는 발전기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스파워는 그러면서 전체 복합발전기에 계통제약발전보정정산금(AASMWP)을 지급해 손실에 대해 보상해야 하며, 지난 1월부터 보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에너지사들도 내달 SMP 상한제로 인한 '열 제약'에 관한 규칙개정 안건을 전력거래소에 제안할 계획이다. 열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를 대기하는 시간은 무부하비용에 대한 보상비용을 기존 50%에서 100%로 높여달라는 것이 골자다. SMP 상한제 시행으로 실제 손실을 보는 집단에너지사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 SMP 상한제 시행부터 소급 적용해달라고 요구할 전망이다.
발전사들이 잇따라 전력시장규칙개정을 제안하는 데에는 SMP 상한제로 인해 이익을 줄어드는 것이 아닌 손실을 보는 발전기가 상당하다고 추산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SMP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발전사들의 횡재세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작 정부의 급변하는 제도로 손실을 겪고 있는 발전사들이 발생하고 있다. 발전업계는 지난해 12월과 1월 SMP 상한제 시행으로 6800억원 이익이 줄었고, 이로 인해 수백억원 수준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정부 또한 SMP 상한제로 인한 손실은 보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SMP 상한제 초안을 공개할 당시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 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게는 실제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그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연료비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 등은 소급 적용 등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에스파워가 제시한 전력시장규칙개정 안건은 의결이 보류됐다. 한전 등은 발전사가 과다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는 추후 대체안건을 준비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기업이 요구하는 무부하비용 100% 손실 보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집단에너지 업계의 요구가 지난해 11월에 이미 결론난 사항이며, 추후 다시 안건이 상정되면 검토할 계획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