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딥테크 유니콘과 플랫폼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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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말 기준 메가존클라우드·아이지에이웍스·트릿지 포함 7개 스타트업이 새롭게 진입, 현재 국내에 22개의 유니콘이 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유니콘 육성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크런치베이스, 씨비인사이트, 후룬연구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2023년 2월 현재 세계에 약 2500개의 유니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엠브로커에 따르면 현재 유니콘의 62%가 기술이 비즈니스에 접목된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플랫폼이며, 대부분 쉽게 피벗이 가능하도록 완벽한 비즈니스모델보다 필수기능(Minimum Viable Product, MVP)만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탄생한 유니콘은 창업 이후 평균 5년 6개월만에 유니콘이 되며, 유니콘이 된 후 3년안에 엑시트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쿠팡과 같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에 성공한 유니콘은 불과 30%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엑시트를 하지 못한 기업은 성장동력을 상실한 채 '좀비콘(Zombiecorn)'이 된다. 대표적인 예로, 회사는 파산하고 전직 CEO가 중형을 선고받은 헬스케어 분야의 '테라노스'가 있으며, 국내에는 2017년부터 5년 동안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은 '옐로모바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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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유니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유니콘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확대하고, 첨단기술 개발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을 늘리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 신화가 아니다. 참고로 유니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카우보이 벤처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에일린 리는 첨단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자 관점에서 투자를 통해 대박 낼 가능성이 짙은 스타트업을 지칭했다.

유니콘을 논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테크기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왜 해외에는 딥테크 유니콘, 제조업 유니콘이 많은데 국내에는 아무런 기술도 없는 서비스 플랫폼 일색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야놀자 등과 같은 플랫폼기업은 연구 인력만 수백명에 이르며,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도 미국에서는 모두 기술주로 분류된다.

2014년 인도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스와티 차투르베디가 처음 사용한 딥테크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수면 밑에 있어 보이지 않는 기술로 정의했다. 주로 비즈니스모델 혁신보다 바이오, 에너지, 청정 기술, 컴퓨터 과학, 신소재 등 세상을 바꿀 만한 획기적 기술을 말한다. 또한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딥테크 기업이라 부른다. 인공지능(AI)기술로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가 원조격이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오픈AI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딥마인드는 알파고로 유명하긴 했지만 매년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구글이 인수하지 않았다면 파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015년에 설립된 오픈AI도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기술인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과물까지는 요원한 상태다.

딥테크는 초기연구 단계이거나 실체는 없고 개념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용이 아주 많이 들어가지만 상용화가 이루어진 것은 극히 드물다. 비록 상용화 단계에 도달해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지, 어떤 규제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이들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는 대부분 공적 자금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이유로 하이테크(high-tech)와는 별도로 딥테크라는 말이 등장했다. 파괴력은 엄청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은 뛰어난 기술은 있지만 시장성이 약해서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딥테크 유니콘, 첨단기술 유니콘, 제조업 유니콘 등 수식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유니콘은 연구기관이 아니며, 엄청난 자본을 타인으로부터 조달해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영리기업이다. 파괴적 기술혁신이 일상화된 시대, 이제 기업은 기술혁신만으론 독보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 유니콘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인 만큼 재빠르게 세상에 적응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인 것이다. 이 모델이 국민의 편익을 위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제거되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경제 전반의 시스템 개선과 인프라 강화가 중요하다. 이러한 일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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