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담배부터 소주·맥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에 따라 전자담배 가격은 사실상 인상됐다. 지난해 말 KT&G를 시작으로 한국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가 각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잇달아 내놓고 기존보다 가격을 올린 전용 담배스틱을 함께 출시하면서다. 소주와 맥주도 원부자재와 주세 인상 소식에 따라 가격이 또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담배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전용 담배스틱 가격을 일제히 4800원으로 올렸다. 이들 제품 모두 기존 자사 기기나 타사 기기의 담배스틱을 호환할 수 없다.
최근 BAT로스만스는 '글로 하이퍼 엑스투(X2)'를 출시하면서 전용 담배스틱 4종을 내놨다. 전용 담배스틱은 브랜드명 '네오'를 유지하지만 스틱 길이와 두께가 달라 기존 '글로 프로슬림'에는 사용할 수 없다. 한국필립모리스 신제품인 '아이코스 일루마' 역시 이전 기기인 '아이코스 듀오3' 전용 담배스틱인 '히츠'와 호환되지 않는다. 일루마는 전용 담배스틱 '테리아'를 사용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 기기를 내놓으면서 담배스틱 가격을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렸다.
KT&G의 경우 기존 주력 제품이던 릴 하이브리드는 담배스틱 가격 4500원에 액상 카트리지(500원)를 더하면 통상 갑당 5000원이다. 이번 신제품은 액상 카트리지를 없애면서 담배스틱 가격을 4800원으로 인상했다.
서민식품으로 불리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가격도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부터 맥주와 탁주에 붙는 주세가 3.57% 인상된다. 맥주는 지난해보다 리터(ℓ)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부과된다. 이는 지난해 ℓ당 20.8원 인상된 것보다 인상 폭이 크다. 통상 주세 인상은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해 주세 2.49% 인상 이후 맥주 출고가는 7% 이상 올랐다. 이번에는 주세 인상 폭이 더욱 커져 4월부터 맥주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주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주 원료인 주정(에탄올) 가격이 지난해 10년 만에 7.8% 올랐지만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올해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이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 발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6.6% 급감했고, 나머지 주정회사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부자재 단가 상승과 환율, 에너지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올랐다”면서 “유흥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가격을 올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