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빅3 중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회사 전면에 등장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최초로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6일자로 기존 5부문 8본부 조직을 3부문 13본부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과 함께 기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바꿨다. 이 직책을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확보하고자 CGO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 승진은 2014년 입사 후 약 9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다만 기존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이 대표이사를 그대로 맡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CDO로서 수년간 업무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해 왔다”며 “특히 보험 본업과 관련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영업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했다.
한화생명은 오렌지트리(법인보험대리점 영업지원플랫폼), 설계봇 개발과 비즈니스모델(BM) 특허 획득 등을 김 사장의 주요 디지털 성과로 소개했다.
김 사장 주도 아래 디지털 전환은 어느 정도 완수했으니 앞으로는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CGO로서 다양한 글로벌 사업 추진과 기존 해외사업 관리체계 고도화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과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김 회장 차남인 김 사장이 본격적으로 회사 전면에 나서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대표이사로 등재하지는 않아 '경영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중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은 김 사장 뿐이다. 이경근 부사장과 나채범 부사장은 각각 계열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손해보험 대표로 승진 이동했다.
또 다른 대형사인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일 이사회에 지주 설립 로드맵을 보고했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설립에 성공하면 생보업계에서는 최초다. 교보생명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지주 설립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역시 시장에선 신창재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설립으로 교보생명 주식이 고스란히 지주사 주식으로 바뀌면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사를 추가 인수해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를 받는 등 갈등을 겪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