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오른다. 그동안 같은 법률안이 5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규민 의원 대표발의)'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변리사가 변호사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소송을 공동으로 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특허법원에서 진행하는 심결 취소소송과 달리 민사법원 특허침해 소송에선 변리사가 소송대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취지의 개정안이 법사위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변리사·변호사 공동소송대리 허용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21대까지 다섯 번 연속 발의됐다. 17·18대 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올랐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찬반이 엇갈린다. 변호사업계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87조를 근거로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소송대리는 고도의 법률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특정 분야 전문성만으로 소송에 참여하는 게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산업·과기계에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요구 목소리가 높다.
벤처기업협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는 14일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 기업의 피땀 어린 혁신 기술이 외국 기업의 공세에 제대로 맞설 수 있도록 법사위가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소송대리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00년대 초반,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특허분쟁에서 변리사와 변호사가 협력할 수 있는 공동소송대리 제도 도입을 주장했지만, 이후 다섯 번의 국회가 바뀌는 동안 매번 메아리에 그쳤다”면서 “입법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 동안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소부장을 둘러싼 미·일 기업의 특허 공세와 강력한 특허와 자본으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의 특허소송에 우리 중소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