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법 리스크에 등기이사 복귀 미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졌다.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한 복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진행 중인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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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료:전자신문DB]

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3월 예정된 주주총회 일정과 안건을 논의한 후 그 결과를 담은 '주주총회소집결의'를 공시했다.

공시에는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앞서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돼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이 비자금 특검 수사로 전격 퇴진한 이후 8년 6개월 만에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같은 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결국 2019년 10월 재선임 안건을 따로 상정하지 않고 임기를 만료, 현재까지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이 오르지 않음에 따라 당분간 미등기이사 직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하자 올해 주총에서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다. 회장직에 올랐으니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취업제한 문제가 해결됐고, 상법이나 정관상 걸림돌도 없다. 이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이다.

이 같은 전망에도 등기이사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복귀를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등기이사가 된다고 해도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1심 결과에 따라 일부라도 유죄 판결이 나오면 또다시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현 재판의 1심 판결 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하길 원해 등기이사 복귀를 미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취임 후 국내외 사업장을 다니며 그룹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하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남은 상태로 굳이 등기이사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4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은 2022년도 재무재표 승인, 임기가 종료되는 한종희 사내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3월 5일부터 14일까지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주주들은 별도로 마련된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중계 참여를 신청하고 안건별 질문도 등록할 수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