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위기는 거의 모든 국토를 아우르지만 특히 지방의 추세가 가파른 것이 문제다. 급기야 '지방소멸'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멸이 아닌 회생을 위한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회생의 해답은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튼튼한 산업 기반이 사람을 모이게 하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진로를 탐색하는 '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지방을 위한 '영업사업'으로 뛰고 있는 지자체장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책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한다.
'꿀잼도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를 탈바꿈시키겠다며 꺼낸 단어다. 광주는 그동안 '재미없는 도시(노잼)'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온 '복합쇼핑몰'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강 시장은 그동안 공동체를 위해 희생해 온 광주가 이제 내 삶을 바꾸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학생항일운동, 5·18 민주화운동 등 공동체가 위기를 맞은 순간마다 용감하게 일어났던 역사적 상징을 바탕으로 이제는 청년들이 광주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강 시장은 AI와 모빌리티 산업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을 통해 좋은 직장을 갖추고 이들이 광주에 살며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유능한 행정가가 곧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강 시장을 만났다.
-미국에서 열린 CES에 다녀왔다. 소감이 어땠나.
▲전 직원 정례 조회 때 15분 정도 다녀온 내용을 보고했다. 매월 정례 조회를 하는데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주제'가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첫 조회 주제는 '시장님 당황하셨어요?'였다. (웃음) 두 번째는 '으쌰으쌰' 힘내서 해보자는 의미로 진행했다. 오늘의 주제는 강 시장의 CES 보고였다. CES에서 기업 혁신을 봤는데, 결국 행정 혁신으로 가야겠더라. 한 마디로 행정 혁신은 데이터 행정과 실증 행정, 융합 행정 등이었다. 마지막에는 챗봇 시연회를 했다. 광주 물 문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질문했더니 한글로는 3개 정도, 영어는 5개로 답변하더라. 이런 것들 얘기하면서 광주는 AI 도시이자 실증도시라는 것을 강조했다.
-CES에서 눈여겨본 기술은?
▲이번 주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이번에 처음 광주시의 기업들과 함께 갔다. 창업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배우고, 세계 기술 트렌드의 변화를 보며 광주가 방향을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기업들을 자랑하고 우수성도 알렸다. 공동홍보관에서 지엘(GIEL) 브랜드 전시했다. 그 기업 중 한 곳은 1000만달러 수출 계약도 맺었다. 사실상 광주 세일즈 총감독으로서 참여한 셈이다.
CES에 참여한 성과는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지역 기업과 함께 CES 현장에서 처음으로 광주 공동브랜드 홍보관을 운영했다. 참가 기업은 긍지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 반도체 바이오센서 벤처기업 솔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에 AI 바이오 연구소 설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벤텍프런티어가 미국 바이러스 엑스버스터사와 연간 1000만달러 수출계약 체결했고 글로벌 e스포츠 전문채널 ESTV와 세계 e스포츠 대회 공동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꿀잼도시' 광주를 만드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아울러 구글과 엔비디아를 방문해 광주가 진정한 AI 선도 도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AI 2단계 사업에 대한 자세한 논의와 함께 다음을 기약한 것이 성과다.
-취임 이후 그동안의 성과를 보자면.
▲7개월여가 지났다. '5+1' 현안을 해결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큰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제가 '6개월 안에 5를 해결하고 임기 안에 1을 도장 찍겠다'고 말씀드렸다. 1은 '군공항 이전'이고 밀린 숙제인 5는 어등산, 전남일신방직, 지산 IC, 백운교차로, 복합쇼핑몰이다. 그걸 어떻게든 해결했거나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무등산 정상 개방, 지하철 2호선이 오랫동안 시민들 불신의 대상이었는데 추가로 6000억원의 예산 협의도 마쳤다. 아울러 AI 1단계가 잘 마무리됐다. 2단계 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 용역비 7억원 국비 예산 확보한 게 작년 연말 국비 활동 결과물이고 큰 성과라고 본다.
-취임 이후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연말까지 주로 산업, 창업, 신산업 등에 대해 고민했다. 반도체 특화단지, AI, 배터리, 미래 모빌리티, 창업 등 이런 곳을 주로 하다 보니 복지와 교육, 돌봄, 건강, 문화 등에 집중하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는 산업과 창업을 고도화하면서 돌봄과 교육, 문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돌봄의 경우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오는 4월 1일부터 시작한다. 담벼락 밖 교육은 대학 교육까지 광주시가 해보자는 취지로 교육국을 만들었다. 여성가족에 얹어서 여성가족교육국을 신설했다. 아울러 문화 분야에서는 꿀잼도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행사는 많은데 집중과 종합이 나타나지 않더라.
-통합돌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지금도 돌봄은 많이 한다. 장애인 돌봄, 어린이 돌봄 등이 있다. 여기에 틈새 돌봄으로 사이를 메꾸고 긴급 돌봄도 더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돌봄이 분절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광주 5개구(동·서·남·북·광산)를 통합해 광주시가 콜센터를 세우고 이를 종합해 통합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두 번째는 그동안 대상자가 기초생활보장자나 차상위계층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이를 '시민 누구나'로 확대한다. 다만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는 무료로 85% 초과자는 전액 본인 부담을 하는 방향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5개구와 함께 하고자 예산도 102억원(시스템 구축 4억, 서비스 비용 98억)을 확보했고 조직도 꾸렸다. 물론 전체 사업비만 보면 타 지자체보다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비례로 계산한다면 통합돌봄은 오히려 (타지역보다) 예산이 많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복지 공약 1호였다. 이걸 한다고 하니 부산, 수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도 문의가 온다.
-광주를 꿀잼도시로 만들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꿀잼은 노잼의 반대말이다. 현재 우리 슬로건은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다. 사실 광주는 늘 혁명하는 도시, 공동체를 위하는 도시, 정권교체 등을 위해 항상 자기 것을 포기하고 내려놨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가 역사를 혁명해왔다면 이제 나의 삶을 혁명하는 게 광주가 돼야 한다. 광주가 이제는 내 삶을 혁명하고 시민들은 이를 누려야 한다.
광주에 좋은 직장도 있어야 하지만 문화를 누릴 공간도 있어야 한다. 청년들이 광주에 머무르려면 좋은 일자리는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누릴 공간이라고 본다. 꿀잼, 재미있는 도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재미는 여러 방면인 것 같다. 복합쇼핑몰, Y벨트, 4계절 스토리가 있는 축제들을 꿀잼 상징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말씀하신 걸 하려면 기업의 투자유치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광주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광주는 AI 중심도시다. 이번에 CES를 통해 구글이나 엔비디아에 갔을 때 광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 인재 양성 사다리의 한 축인 인재 양성 센터도 만들겠다고 해서 협약 직전 단계까지 갔다.
광주는 AI 인프라 구축이 시작되고 있다. 기업은 100여개가 와 있다. 실증도 하고 데이터센터도 있다. 관련 기업들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자동차는 미래 부품 산단이나 에너지 자동차 산단 100만평 등 기업 유치가 많이 될 것이다. 아울러 창업도시를 위해서는 혁신 펀드를 만들고 있다. 현재 조성 중인 7개 펀드 3000억원에 '창업 성장 사다리 펀드'를 더해 5000억원 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AI 기업은 데이터센터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차세대배터리산업진흥협의회를 만들었다. 배터리 분야도 광주가 가진 장점이 있다. 약점은 3대 그룹인 삼성, LG, SK가 없다는 것이지만 광주에는 배터리 관련 실증기구가 많다. 최근 차세대 배터리 영역 중 레독스흐름전지라는 분야의 실증단지, 센터가 만들어진 곳을 찾았다. 구미 등 다른 곳에서 하는 실증은 작은 배터리다. 그러나 큰 배터리는 반드시 광주에서 실증해야 한다. 그런 장점이 있는 게 '레독스흐름전지 시험인증센터'다. 여기는 작년에 문을 열었다. AI 실증은 데이터센터로, 배터리 실증 등은 국내 첫 친환경차 전용 공인 인증기관인 '친환경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빛그린산업단지에 위치한 '친환경자동차 부품클러스터' 등 광주만의 장점이 있다.
-실제로 AI 기업들이 광주에는 본사가 아닌 지점 개소로 돼 있더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본사 이전이 필요해 보이는데.
▲물론 본사가 광주로 이전하면 좋다. 그러나 그 자체가 쉽지는 않다. 이번 CES에서 협약 맺었던 솔도 서울에 본사가 있다. 이들은 AI 데이터센터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광주에 온다. 레독스흐름전지는 광주기업이면 10% 할인을 해준다. 실증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혜택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는 10월 완공인데 오픈하면 내년 9월을 목표로 실증동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하면 명실상부 기업들이 광주에 와야 이익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지자체들이 지방소멸 문제를 겪고 있다. 일자리 문제도 있고 인구 엑소더스 문제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별 경쟁도 심하다.
▲첨단 산업과 관련해서는 인재양성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초·중·고에 AI 관련 수업 시간을 늘리자고 교육감과 이야기했다. 아울러 AI 영재고를 만들기 위해 용역비를 확보했고 대학은 GIST, 한전공대, 전남대 등 대학 과정과 대학원 과정이 상당히 잘 짜여있다. 이와 별개로 광주는 AI사관학교라고 해서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 인재가 없어서 기업이 광주에 못 들어온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할 것이다. 또 광주는 AI데이터센터가 있고 자동차는 6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GGM과 기아가 있다. 생산 기지가 있기 때문에 반도체단지나 미래차 단지도 가능하다.
-행정가 강기정과 정치인 강기정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정치인과 행정인의 통합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초기에는 '이태원 사고사망자 합동 분향소'였다. 그러나 전국 최초로 광주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로 바꿨다. 그 과정에 유능한 행정가는 유능한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느꼈다. 물론 행정안전부 지침만 보면 여지없이 사고사망자다. 그러나 시민들과 국민들의 뜻은 참사 희생자였다. 사실 이 과정에서 고민도 많이 했다. 간부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우리가 현재 '지방자치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관료주의 시대도 아니고 내무부 시대도 아닌 지방자치시대다. 그리고 나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직원들과 토론하고 고민했다. 결국 작지만 바뀌었다. 광주가 바뀌면서 전국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가와 정치가의 경계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유능한 행정가는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고환율, 고금리에 난방비 이슈도 터졌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그리고 국민들과 광주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올해 예산을 짤 때 '위기경제 버팀목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최대한 경제관련 지원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다. 이자 지원예산, 소상공인 운영자금 예산 등을 지난해보다 올렸다. 그리고 지난달 18일 추가로 경제 위기 관련 6가지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등 빈틈을 조금 더 메꿨다. 난방비 지원의 경우 총액 기준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은 액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정말 큰 위기다. 위기상황에서 광주시는 확장 재정을 펼칠 것이다. 가정과 기업이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가정과 기업 대신 광주시가 조금 더 어려움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은 감당하겠다. 이후에 문제가 잘 해결되면 세금을 더 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을 광주시가 앞장서서 극복해 나갈 것이다. 광주시민들은 광주시를 믿고 우리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한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제14대 광주광역시장으로 3선(17·18·19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강 시장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제3대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강 시장은 지난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 연설 후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화제에 오른 바 있다.
광주=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