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술 '핀틸트'로 구현
렌즈에 미세 거울 '핀미러' 삽입
영상소스 반사하며 광 효율 개선
2년 연속 CES 혁신상 수상 쾌거
내년 의료·군사 분야 공급 계획
점들이 촘촘히 박힌 렌즈. 언뜻 봤을 땐 일반 안경으로 보인다. 눈으로 가져가니 하늘에 낙하산이 떠다니는 영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창업 8년차 스타트업 레티널이 독자 개발한 '핀틸트' 기술로 구현한 스마트글라스다.
레티널 스마트글라스와 같은 제품을 증강현실(AR) 기기로 부른다. 실제 존재하는 사물이나 환경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혀서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일례로 스마트글라스를 끼면 지갑 안에 어떤 물품이 있는지, 집안에는 어떤 침대나 책장이 어울리는지 정보를 시각화하고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글라스는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레티널은 김재혁 대표와 하정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2016년에 창업한 회사다. 작은 구멍을 통해 물체를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핀홀 효과를 AR에 접목했다. 안경 렌즈에 미세 거울 '핀미러'를 삽입, 거울임을 인식하지 않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핀미러는 영상소스를 반사해 동공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AR 구현에 센서를 활용한 기존 방식과 달리 레티널은 핀미러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센서가 아닌 거울이 빛이 전달하는 구조기 때문에 광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 추세와는 다른 기술로 AR 글라스를 개발하다 보니 상용화에 대한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AR 글라스 자체도 아직 낯설어 일상과 먼 기술로 느껴진다. 김 대표는 “내년쯤이면 의료, 군사 등 특수 분야에서 레티널 AR 글라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티널은 광효율·크기·가격을 중점 요소로 두고 AR 글라스를 고도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오목거울을 렌즈 하단에 배치하는 '핀틸트' 정렬 구조를 도입해 렌즈 두께를 6㎜로 구현했다. 이 기술은 해외 특허 출원했다.
레티널은 지난해는 렌즈에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낮춘 제품으로, 올해는 해상도와 사용시간 등 성능을 개선해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겉으로 봤을 때 점 형태의 거울이 보이지 않는 것이 궁극적인 개발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조업 창업가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회사는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업체에서 나오게 된 개발자를 연구개발(R&D)에 영입했다. 김 대표는 “해외로 이직하는 인력들이 많은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국내 제조업을 다시 견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