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의료 민영화 논란 발목
서비스산업 관련 대책 30차례 넘어
TF 구성 회의...내달 5개년 계획 공개
의원들 '총선모드' 심도 논의 미지수
10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발법)이 부활을 앞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 기반 마련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최근 트렌드가 반영되도록 보완해 입법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서비스산업도 '기본계획' 만들자…12년째 계류
서발법은 민관합동으로 서비스산업선진화 위원회를 만들어 5년마다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게 골자다. 과학기술기본법이 5년 단위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과위 심의를 거쳐 내용을 확정하듯, 서비스산업선진화 위원회에서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해 정부인증, 자금 지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게 핵심 목적이다. 관련 특성화 학교 설립, 전문연구센터 건립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서발법은 2011년 국회 제출 이후 정권을 가리지 않는 숙원 사업이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제출됐지만 무산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발법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발법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011년 제출 직후부터 의료 민영화 논란에 가로막혔다. 서발법 추진 배경 이유로 원격의료, 의료관광 등을 예시로 언급하면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참여연대는 “의료, 교육과 같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는 분야에서 대기업, 대형병원의 영리사업 확대 위주의 산업진흥정책은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논란이 되는 의료 관련 부분을 제외한 의원 입법도 시도됐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안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3개 법이 규정한 사항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3법에 국민건강증진법을 더한 4개 법에서 규정한 사안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산업별로 진흥법이 있는데 굳이 기재부 소관 기본법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융복합 시대에는 오히려 분야 간 유기적 교류와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기본틀이 서발법이라는 얘기다. 기재부의 권한 늘리기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위원회에 기재부 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2001년부터 대책만 30차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을 시도하기 전에도 정부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2001년 이후 서비스산업 관련 대책 발표 횟수는 30여 차례가 넘는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서비스산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경제 중심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2001년 당시 산업자원부는 제조업 관련 서비스 인프라 및 수출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대책은 경제의 서비스화, 제조업의 소프트화로 경제의 중심이 서비스로 이동 중인 점이 반영됐다.
이후 서비스산업 대책은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부)가 넘겨받는다. 2004년 재정경제부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통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서비스산업의 분야별 대외 개방도에 따라 경쟁력 수준이 상이해 교육, 의료, 법률 등 각종 규제로 사실상 미개방인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서비스산업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지식기반서비스업종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2006~2007년에는 3차례에 걸쳐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로 개편된 뒤에도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 추진은 지속됐다. 2008~2009년에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Service PROGRESS)을 공개했다.
그러다 2011년 그동안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성과가 미흡하다는 자성을 담은 '서비스산업 선진화 평가 및 향후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성과 미흡의 이유로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 지연, 이익단체의 반대를 꼽았다.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도 R&D 투자 확대와 관련 통계 구축, 전문 연구기관 구축 등의 과제가 법적 근거가 미흡해 추진에 어려움이 많고 부처 간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입법계획과 달리 서발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5년 단위 기본계획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틀어지고 다시 매년 이름만 조금씩 바꾼 서비스산업 발전 관련 정책이 나오자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에 더해 가장 큰 난관인 의료 부문은 빠지면서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다리는 업계, 정부는 입법 잰걸음
정부는 작년 말 추 부총리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월까지 분과별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3월에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서발법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총선 모드'로 돌입하면 서발법 논의 원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정부안을 야당이 반대하는 경우 지난 12년간의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기업들은 서발법 통과를 염원하고 있다.
서발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2015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서비스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4.9%는 서발법이 서비스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므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법 제정에 따라 기대하는 효과는 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36.8%),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유망서비스 지원 강화(28.5%), 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기반 마련(20.9%) 등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