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과 새해 들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종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 가운데 하나가 통신사에 대한 5세대(5G) 28㎓ 주파수 할당 취소와 이에 따른 제4 이동통신 얘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주파수를 할당했다가 할당 조건 미비로 취소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생각된다.
이통에서 주파수는 서비스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다는 것은 서비스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물론 5G에서는 Low, Mid, High 등 3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Mid 밴드인 3㎓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제공되는 5G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28㎓의 High 밴드 없이 5G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5G 서비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사례를 통해 5G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다. 이전 기고문에서도 언급했지만 5G를 단지 통신수단의 진보로만 보지 않고 산업계의 근간이며 중추 역할로, 국가 안보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5G를 보는 미국 시각을 다시 상기한 바 있다. '5G 기술 사용에 대해 미국과 독재정권의 견해는 다르다'고 한마디로 압축, 미국 국무성 또는 국가안보국에서나 나올 수 있는 표현으로 5G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이다.
또한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 후보가 러시아 후보를 일방적으로 이기고 당선된 것을 연설 서두에 꺼내 들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번 선거에서의 당선자는 차세대 기술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냐 정부에 의해 검열되거나 통제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워싱턴포스트의 경고 내용을 인용했다.
또 다른 매체인 와이어드에서 “ITU 사무총장 선거가 인터넷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한 것을 인용할 정도로 굉장한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를 결정할 심각한 경쟁이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서 선거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며, 그 경쟁의 중심에는 차세대 5G 네트워크가 어떻게 사용되며 어떤 모습으로 진화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번 ITU 사무총장 선거에 굉장한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5G를 단지 이통으로 생각해서 휴대폰 화면에 표시되는 아이콘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5G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5G는 디지털전환의 근간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사람과 사물 연결 중심에 5G 기술이 있다. 5G로 모든 것을 연결해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힘은 강력하다. 머신러닝과 AI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 혁신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5G인 것이다.
이러한 5G에 대한 시각으로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중국 제조사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장비 대체 자금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중국과 심각한 마찰이 생기더라도 5G가 가져올 미래를, 5G 기반 산업을 보호하고 촉진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FCC 의장의 연설을 읽으면서 5G 생태계를 바라보는 미국 시각과 국내 시각에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에 5G는 단지 이통의 일환으로써 4G 롱텀에벌루션(LTE)보다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무지와 오해의 소산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국내 통신사업자가 5G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높여 회사 매출과 이익만 증가시키는 수단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FCC 의장의 말처럼 5G가 디지털전환의 근간이 되어 5G가 보여 줄 진정한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정부가 5G의 28㎓ 주파수 할당 취소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일개 통신 수단을 넘어 우리의 삶과 산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가져올 5G가 국내에서도 이제는 통신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을 뛰어넘어 멋진 5G 서비스 경쟁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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