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거부한 병사, 눈앞에서 처형당했다"…러 용병이 탈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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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그룹 사옥 입구. 연합뉴스=AP

“싸움을 거부한 사람들을 신병들 앞에 세우고 (총으로) 쏘고는 했다. 그들은 훈련병들이 파둔 도랑에 묻혔다”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에서 탈주해 노르웨이로 달아난 전직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한 러시아 전쟁터의 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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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너그룹에서 탈주한 전직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7월 와그너그룹에 자원했는데, 과거 군 복무 경력이 있던 까닭에 불과 열흘도 안 돼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전선에 투입됐다.

그는 최격전지 중 하나인 바흐무트에 현장 지휘관으로 투입됐는데, 처음 그의 휘하에는 10명이 배치됐으나 죄수들을 전쟁에 동원해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몇 구인지 모를 시체가 쌓여만 갔다. 전사자가 늘면 전보다 더 많은 죄수가 투입됐고, 시체는 또 다시 늘어나 죄수가 더 투입되는 일련의 반복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이른바 ‘푸틴의 요리사’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대표가 러시아 각지 교정시설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영입, 전선에 대거 투입한 결과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충원된 병력 상당수가 제대로 된 작전 지시조차 받지 못하고 전장에 내몰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실질적으로 전술 따위는 없었다.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에는 그저 적의 위치 정도만 나와 있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시가 없었다"며 용병들이 총알받이로 소모됐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프는 와그너그룹 상층부가 신병들을 공포로 다스렸다고 했다. 그는 “싸우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신병들 눈앞에서 총살했다”며 일부는 훈련병들이 파낸 참호 안에 매장됐다고 주말했다.

그는 와그너그룹을 창립한 프리고진 대표와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에게 직접 보고할 때도 있었다면서 이 두 사람을 "악마"로 지칭했다.

메드베데프는 "만약 (프리고진이) 러시아 영웅이었다면 그는 스스로 총을 들고 병사들과 함께 나섰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사한 죄수 출신 용병의 유족에게 1인당 500만 루블(약 8천7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그런 종류의 돈을 지불하길 원치 않았다. (전사자) 다수는 그저 실종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병된 지 6일째 되는 날, 자신의 부대가 대포에 스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순찰 후 부대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말 부대에서 탈주했다. 러시아 내에 잠적해 있던 메드베데프는 최근 국경을 넘는 데 성공, 노르웨이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10차례 이상 체포될 뻔했고, 마지막에는 흰옷으로 위장한 채 얼어붙은 강을 건너야 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자신의 진술이 프리고진과 푸틴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원한다면서 "늦든 이르든 러시아에선 선전전이 먹히지 않게 될 것이고, 민중이 봉기하면서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고진은 CNN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현재까지 와그너그룹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건도 기록된 바 없다”고 전사자 위로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소속 용병을 총알받이 취급하거나 즉결 처형했다는 메드베데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군사상 사안’이라며 언급을 거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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