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CES 2023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부터 유통, 금융 등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참가했다. 그런데 이번 CES 2023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특정 미래기술의 도래가 아니라 바로 초연결과 융합이다.
기업들이 각기 보유한 원천 기술을 뽐내기보다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 즉 빅블러 현상에 집중했다.
핀테크 기업이 모빌리티, 모빌리티 기업이 인공지능(AI), 가전기업이 로봇과 AI기술을 각각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제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자사 기술을 발전시켜서 타 산업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비대면 환경이 대중화된 시점에서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메타버스 등 하이브리드 기술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WEB 3.0 및 메타버스 부문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와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도 엿봤다.
구글은 음성명령으로 차량 제어와 구동이 가능한 '안드로이드 오토'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차량 소프트웨어와 메타버스 구매, 아마존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를 공개했다.
소니는 혼다와 함께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를 처음 선보였고, BMW는 차세대 EV플랫폼인 노이어 클라쎄를 공개했다.
삼성은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연결시대'를 주제로 한층 강화한 보안과 사물 초연결 생태계를 선보였다. LG는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과 프리미엄 가전,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모빌리티 신기술을 뽐냈다.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은 메이크업을 해 주는 자동 메이크업 로봇 'HAPTA'를 선보였다.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않아 메이크업을 하기 어려운 이용자도 로봇을 활용해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 기업도 이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슈퍼노바는 AI 모듈형 로봇팔 'HUENIT'을 출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동차 기업이 모여 있는 모빌리티관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사 발레오는 도로 이용자의 움직임 예측 알고리즘 '판토마임'을 콘퍼런스에서 공개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HL만도는 사륜 독립 제어 방식으로 구동해 평행(직각)주차, 제자리 유턴 등을 할 수 있는 '일렉트릭 코너 모듈'을 전시해 관심을 끌었다.
CES 2023에서 기업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제품의 초연결화를 통해 사용자 일상의 편의를 돕는 스마트홈 기술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IoT허브와 네트워크 매핑 전시부스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연결 시대'를 주제로 리빙, 다이닝, 근무와 여가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어떻게 사물이 연결되고 기능을 수행하는지 보여 주는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또 헬스케어 분야는 웨어러블 기술 발달로 다양한 메디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계한 건강관리 및 치료기술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제 특정 기술과 분야로 산업 생태계를 선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초연결과 산업경계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초협력, 빅블러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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