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유럽판 망 무인승차 방지법안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 Act)의 세부 방향을 다음 달 중순까지 공개한다. 2월 말 세계 이동통신사업자와 정책당국자가 모이는 MWC23을 계기로 망 무임승차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글로벌 통신업계에 따르면 EC는 다음 달 중순까지 연결 인프라 법안에 대한 '컨설테이션 페이퍼'(정책자문 질의서)를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외국 전문가는 “EC가 구글 등을 상대로 투자계획 제출을 요구한 것은 컨설테이션 페이퍼 발송을 위한 사전 절차”라면서 “EC가 다음 달 중순 컨설테이션 페이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설테이션 페이퍼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등에서 일반화된 제도다. 주로 규제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법안 발의 이전에 법률안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법조문으로 만드는 절차다. 컨설테이션 페이퍼를 통해 연결 인프라 법안의 구체적인 방향과 윤곽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결 인프라 법안은 디지털전환에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는 '디지털 디케이드 2030' 정책을 구체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회원국에게 5세대(5G) 이동통신과 유선 광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촉진, 전 유럽에 걸쳐 AI와 디지털 서비스가 확산하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을 핵심과제로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연결 인프라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생태계 참여자가 인프라 구축 공정하게 기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법안의 핵심 방향이 될 전망이다.
법안은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가 5G와 초고속 인터넷 투자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의 기금 납부, 공정한 계약 체결 의무화 조치 등이 거론된다. EC는 컨설테이션페이퍼 발송 후 수개월 이내에 한국의 입법 예고 형태로 법안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EU가 제시할 연결 인프라법안 방향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다. 컨설테이션 페이퍼 공개 직후인 2월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MWC 2023이 개막한다. 연결인프라법안은 MWC 2023에 모인 글로벌 이통사와 정책 당국자의 핵심적인 정책 논의 의제가 될 공산이 높다. 세계이통사업자연합회(GSMA)는 '공정한 미래'(Fair Future)를 첫날 키노트 주제로 배치할 정도로 공정한 망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미국을 거쳐 유럽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미국은 인터넷에 대한 공정(FAIR) 기여법을 발의, 상원의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한국은 지난 2020년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7개 유사법안을 발의할 정도로 공정한 망 투자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주도, 미국과 EU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현재 국회 논의는 답보 상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