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객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부기장이 17년 전 추락 사고로 사망한 비행기 조종사의 아내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ATR-72 부기장이자 예티항공 소속 조종사 안주 카티와다의 사연을 전했다.
카티와다 부기장은 지난 2006년 비행기 사고로 남편인 디팍 보크렐을 잃었다. 남편 역시 카티와다 부기장과 같은 항공사 소속으로 소형 여객기를 조종하다 추락사했다.
남편의 사망 사고는 2006년 6월 중순 네팔 카말리주 줌라의 국내선 전용 공항에서 일어났다.
당시 보크렐 조종사는 캐나다제 소형 프로펠러 여객기 ‘트윈 오터’를 몰고 착륙하려다 한 차례 실패했다. 이후 황급히 착륙 활주로를 변경하기 위해 급선회하다 실속을 일으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보크렐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 3명, 승객 6명이 모두 숨졌다.
카티와다는 2006년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으나, 사망한 남편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으로 가 보험금으로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이어 그는 2010년 네팔로 돌아와 남편과 같은 항공사에 입사했고, 수천시간의 비행 끝에 기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15일 카티와다는 남편과 같은 사고로 실종되고 말았다. 그가 부기장을 맡았던 ATR-72기는 포카라공항을 코앞에 두고 좌우로 뒤뚱거리다 양력을 잃고 추락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탑승자 72명 중 최소 68명이 숨졌다.
예티항공에 따르면 사고기의 카말 K.C. 기장은 비행 시간이 2만19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카티와다 역시 6400을 비행한 경력자이며 사고 당일에도 규정에 따라 비행했다고 예티항공은 주장했다. 포카라행 비행이 처음도 아니었다고 한다.
기장의 시신은 사고 현장에서 수습됐으나, 카티와다는 아직 생사가 불분명하다. 예티항공은 카티와다의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외신들은 이 조종사 부부가 같은 운명을 맞이할 만큼 네팔에서는 비행기 사고가 잦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1990년대 이후 30건이 넘는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구식 항공기, 느슨한 규제, 감독 부실 등이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2009년 네팔의 안전조치 수준은 유엔 감시단 요구 수준의 47%에 불과했다. 지난해 70%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네팔 민간항공청은 밝혔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