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마지막 대부' 30년간의 도주극…체포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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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의 사진을 복원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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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군경찰에 체포된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

극악무도한 살인 사건에 대거 관여한 이탈리아의 마피아 두목, 일명 ‘라스트 갓파더’(마지막 대부)로 불리는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가 30년 만에 체포됐다.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검거 1순위로 꼽히던 마피아 두목 데나로가 시칠리아섬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사설 클리닉에서 군경찰에 체포됐다.

1993년부터 도피 행각을 벌여온 데나로가 30년 만에 붙잡힌 순간이다.

검찰과 합동수사 중인 군경찰은 그가 사설 클리닉에서 가명을 쓰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체포에 나섰다. 이날 작전에 투입된 특수요원만 100명. 다행히 체포는 교전이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체포 당시의 영상을 보면 5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찬 데나로는 군경찰들에 붙잡혀 별다른 저항없이 병원을 나와 검은색 밴에 올라탄다. 있던 시민들과 경찰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체포를 확인하고는 박수를 치며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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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의 얼굴을 복원한 사진과 이를 토대로 나이든 얼굴을 추측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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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군경찰에 체포된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

영화 대부에 묘사된 실제 시칠리아 범죄 집단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인 데나로는 도피 중에도 조직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언론에서 ‘마지막 대부’라고 지칭됐다. 43년 간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피하며 조직을 이끌어 ‘얼굴없는 보스’로 불린 베르나르도 프로벤자노와 1990년대 초반 반마피아 위원회 검사의 암살을 지시한 살바토레 리나가 각각 2016년과 2017년 사망하면서 얻게 된 별명이다.

18살에 처음으로 살인행각을 벌인 데나로는 지인들에게 “내 손으로 죽인 사람들로 공동묘지도 만들 수 있다”며 살인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등 무자비한 모습을 보인 악랄한 범죄자다.

그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살해 사건 등 수십 건의 살인 사건 배후로 지목받았다. 2002년에 진행된 궐석재판에서 이미 종신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그의 도피 행각은 1993년 6월 시작됐다. 당시 다넬로의 정보라고는 흐릿한 흑백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성형수술로 알아볼 수 없도록 바꿨으며, 손가락의 지문도 제거했다.

또한 그는 타인의 신분을 도용하고 다녔기 때문에 억울하게 체포된 이들도 수십명에 달한다. 일례로 2021년 한 영국인 남성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식장에서 데나로로 의심받고 중무장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 남성을 데나로 확신하고 네덜란드 당국에 국제 체포 영장을 요청했으나, 남성은 억울한 피해자였다.

매년 수색작업이 진행되면서 수사망은 점점 좁혀졌다. 2021년 8월에는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가 1993년 3월 데나로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하면서 수사는 더욱 진전을 보였다. 그 다음달에는 그의 얼굴이 찍힌 2009년 폐쇄회로(CC)TV 영상이 민간에 공개됐고 수많은 제보 전화 끝에 데나로는 꼬리를 밟혔다.

데나로 검거 소식에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탈리아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도 시칠리아를 급거 방문했다. 멜로니 총리는 “아직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이번 체포는 중요한 승리이고 조직 범죄에 큰 타격이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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