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이사회 '이상한 합의'…'해임' 처분 김기선 총장 '사임' 수용

김기선 총장 임기만료 9일전 사임…구성원 “이사회가 면죄부준 꼴”

광주과학기술원(GIST)이사회(이사장 한문희)가 해임 처분한 김기선 GIST(지스트) 총장과의 2심 재판도중에 '해임'이 아닌 김 총장의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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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 마크.

이사회가 본안소송 1심에서 김 총장 해임 결정이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 승소해놓고도 임기만료일 3월 5일보다 9일 빠른 다음달 24일 사임하겠다는 김 총장과 합의하면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총장은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시에 연구센터장을 겸직하며 2년여간 수억원의 연구수당을 받았고, 전직원 중간 평가에서도 점수가 저조해 2021년 2월 GIST 노조로부터 총장직 사퇴를 요구받았다. GIST는 그해 3월 김 총장이 부총장단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외부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고, 이사회는 3월 30일 전체 회의를 소집해 김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곧바로 명확히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며 '사의 표명'이 '사퇴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번복했고, '사의 수용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김 전 총장은 4월 법원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냈고, 법원은 6월 해당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다시 해임안을 의결하자 김 전 총장은 다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10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받아들여져 108일 만에 총장직에 복귀했다.

해가 바뀌어 지난해 6월 이사회의 김 총장 해임 결정이 정당하다는 본안소송 1심 판결이 나오자 김 총장은 이에 항소해 총장직을 유지한 채 2심 재판을 받아왔다.

이사회는 2심 판결이 나오기 전 김 총장의 공식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계속 재판을 끌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사회가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해임이 아닌 김 총장 스스로 그만두는 사임을 받아들임으로써 김 총장에게 사실상의 승리를 안겨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사회와 김 총장은 재판비용을 각자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 해임을 주도한 임수경 전 이사장이 임기 1년 2개월여를 남겨놓고 2021년 8월 돌연 물러난 뒤 한문희 현 이사장으로 교체되는 등 새로 구성된 이사회가 김 총장과의 재판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GIST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4년 임기 절반인 2년 가까이 노조와 보직교수 등 구성원과 갈등을 빚으면서 학사운영에 혼란을 초래한 데다 학교 명예와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는 데도 이사회가 봐주기식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구성원 관계자는 “이사회가 김 총장 편을 들어주면서 김 총장은 어떠한 불이익이나 제재없이 거의 임기를 다 채우고 스스로 사임하게 됐다”며 “임기 4년간 각종 인사 문제 등으로 혼란을 키운 김 총장은 부끄러운줄 알고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