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수소 보일러' 개발 착수...녹색 바람 거세다

국내 보일러 업계가 수소 경제 시대에 대비해 친환경 보일러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 정부 '도시가스 수소혼입 실증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연료 변환에 대응한 선행 연구를 우선한다. 친환경 보일러 확대와 미래 시장 대비를 위해서는 혼입비중, 인프라 구축계획 등 명확한 장기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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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대리점에서 고객이 친환경보일러를 살펴보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경동나비엔, 귀뚜라미보일러, 린나이코리아 등 국내 주요 보일러 업체는 수소 보일러 선행 연구를 본격화했다. 정부 정책에 맞춰 기술력을 선제 확보하고,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잠재 수소 보일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경동나비엔은 KAIST, 인하대와 협업해 수소만 연료로 사용하는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 중이다. 동시에 100% 수소 가스가 공급되는 환경에서도 기존 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 키트까지 개발하고 있다. 올해 영국 정부로부터 콘덴싱 가스보일러에 대한 '수소 레디(H2 Ready)' 인증도 국내 업계 최초로 획득, 수소 연료로 전환되더라도 기존 제품 안전성을 입증했다.

귀뚜라미보일러도 하반기 들어 수소 전용 콘덴싱 보일러 선행 연구에 돌입했다. 마곡 냉난방기술연구소가 중심이 돼 기존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활용해 수소 혼입 비율에 따른 성능과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에는 '귀뚜라미 수소 보일러' 상표권도 출원했다.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본사와 협업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린나이 본사는 세계 최초로 가정용 수소 전용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린나이 지사 중 최대 생산·판매 거점인 린나이코리아 역할이 컸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 환경에 적합한 수소 전용 콘덴싱 보일러와 수소 가스 레인지 등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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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보일러 청도 공장

보일러 업계가 수소 보일러 개발에 착수한 것은 글로벌 탄소중립 등 친환경 바람과 함께 정부 정책 시행 영향이 크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2025년 도시가스 배관을 통해 수소 20%를 기존 LNG와 혼합해 공급할 예정이다. 2045년에는 수소 100%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 기존 콘덴싱 가스 보일러를 수소 보일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2026년까지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20%를 혼입하는 실증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새해 도시가스 배관에 수소 호환성과 안전성 검증 연구개발부터 착수한다. 2024년부터는 실제 일부 구역을 대상으로 수소 혼입 공급을 시작하고, 2026년에는 관련 법 개정으로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새해 정부 실증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수소 연료 시대를 대비한 제품 검증과 미래 신제품 개발 필요성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 등 해외시장을 고려해 선제적 움직임 성격도 크다.

업계는 수소경제에 국내 보일러 산업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증사업과 함께 수소 혼입 비율, 배관 등 구체적인 전환 추진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지침에 따라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 사업 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수소 보일러는 제품보다는 배관망 구축 등 인프라가 선행돼야 하는 사업”이라면서 “정부가 2026년까지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제도화할 수소 혼입 비율이나 인프라 구축 시점, 제도 개정 등을 선제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보일러 업체별 수소 콘덴싱 보일러 개발 현황>

미래형 '수소 보일러' 개발 착수...녹색 바람 거세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