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때 1달러당 1440원대를 찍었던 환율은 지난달부터 20% 가까이 빠지면서 12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새해 상반기 중에는 꺾일 것이라는 전망에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 수준인 1100원대로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26일 환율 종가는 1274.8원에 마감했다. 27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4원 내린 1271.4원에 마감했다.
무섭게 치솟던 환율은 지난 9월 1400원을 돌파한 뒤 지난 10월 25일 장중 1444.2원을 찍었다. 이후 1400원대에 머물다 11월 1300원대, 12월 들어선 1200원대로 내려왔다.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하락폭이 크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4.7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04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고점 대비 약 10% 하락한 수준이다.
환율 하락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금리 '피크 아웃'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Fed는 새해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간다고 했지만 금리 고점을 5.1%로 보고 있어 현재 4.5%에 비해 0.6%포인트(P) 남았다. 한은도 금리 고점을 3.5%로 보고 있어 현재 3.25%에서 0.25%P 올릴 여지가 있다.
미국 금리가 정점에 달한 뒤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더 내려갈 수 있다. 새해 1100원대 환율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최근 아시아권 통화 전망 보고서를 내고 “환율이 새해엔 1130~135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기술주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원화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새해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고 본격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달러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높은 물가 수준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로 다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이날 '2023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고 “달러는 2023년 들어서 시장 관심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하락 정도, Fed의 최종 금리 수준 등에 집중되면서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 전망보다 인플레이션이 더디게 하락하고 그에 따라 Fed가 최종금리를 상향하게 되는 경우 달러는 변동성이 커지면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말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