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몰제 연장 호소
영세사업장 생산량 대폭 줄이고
근로자, 임금 감소 이유로 반대
외국인 등 대체 인력도 태부족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민생 살릴 법안 신속 통과 촉구”
“건설기계정비업계는 기술자 대부분이 50~70대이고 대체인력이 없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유예되지 않으면 사업주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창웅 카라인종합정비공장 대표)
“많은 인력이 필요한 철근가공업계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적용받기 위해 회사를 둘로 쪼개 운영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주열 강일스틸 대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제도 연장을 호소했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3개 중소기업 단체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기업계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주 8시간 추가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제도다. 올해 마지막 날을 끝으로 일몰을 앞두고 있어 그야말로 영세사업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입장문에서 “추가연장근로제가 있어 63만개의 30인 미만 기업은 일감을 받고, 603만명의 소속 근로자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제도가 사라진다면 영세사업장은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하며 최악의 경우 사업 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초과기업 10곳 중 9곳(91.0%)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일몰 도래 시 마땅한 대책이 없는 곳이 75.5%에 달해, 제도가 폐지되면 사업을 접거나 범법자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중기업계는 근로자도 제도 유지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정 상근부회장은 “특근이 많은 중소조선업계는 근로자 73.3%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임금이 감소했고, 절반 이상이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느라 오히려 삶의 질이 낮아졌다”면서 “저녁 있는 삶을 위해 도입된 주52시간제지만, 3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보다 더 일하면서 소득은 되려 낮아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중기업계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야당 반대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창웅 대표는 “건설정비는 교육기관도 없고 배우려고 하지도 않아 대체인력이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업체도 이직해 버린다”고 말했다.
신주열 강일스틸 대표도 “철근가공은 부가가치가 낮아 주로 지방에 있어 내국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도 입국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주 52시간제로는 도저히 운영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중기업계는 올해 안에 추가연장근로제 연장법을 통과해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정 상근부회장은 “추가연장근로는 민생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기업 살길을 열어주고, 근로자 일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여야를 떠나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