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에만 5년이 넘게 걸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첫 심의 안건부터 실효성 논란을 닣았다.
지난 14일 저녁 국교위는 6차 회의를 열고 4시간에 걸친 심의 끝에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표결에 붙여 수정·의결했다. 참석자 16명 가운데 12명이 찬성했으며, 표결에 반대한 3명은 퇴장했다. 1명은 기권했다.
교육과정 심의는 지난 6일 4차 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일, 9일, 14일 등 총 세 차례의 전체회의와 큰 쟁점에 대한 소위원회가 열렸다. 2025년부터 최소 5년 이상 교육의 근간이 될 사안인 데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쟁점이 있는데도 국교위는 단 세 차례 회의로 심의를 마쳤다. 의결 내용은 교육부 심의본과 거의 같다. '섹슈얼리티'라는 표현이 하나 더 빠진 정도다. 4차 회의 전 두 차례 회의에서 보고 안건으로 논의한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졸속 심의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과정에 대한 논란을 넘어 국교위 가치에 대한 물음표까지 남겼다. 교육부라는 행정기관이 있음에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국교위가 설립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해 설립에만 5년이 넘게 걸렸다. 첫 심의 안건은 국교위 운영규칙이었기 때문에 교육과정 심의가 사실상 첫 심의라고 할 수 있다. 국교위의 존재를 알릴 첫 심의안건은 '거수기' 논란을 낳고 의결됐다.
21명 가운데 대통령 임명이 5명인 국교위는 설립 전부터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국교위는 우려를 불식하고 존재의 의미를 살린 것이 아니라 '역시나'라는 냉소만 낳았다.
정부는 지난 9월 국교위 출범 당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오랜 열망을 담아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라고 설명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 합의보다 정해진 기한과 절차가 더 중요했다고 한다면 과연 국교위가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