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 계열사 케이큐브홀딩스 고발…'금산분리' 위반

"의결권 행사로 결과 바뀐 안건도 있어 법 위반 중대"
김범수 센터장 지시·관여 입증되지 않아 고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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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의결권 행사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입증되지 않아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카카오 소속 케이큐브홀딩스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 데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케이큐브홀딩스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임대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나 관련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케이큐브홀딩스가 2020년과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95% 이상은 금융수익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를 고려하면 케이큐브홀딩스는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주된 산업활동이 금융업인 회사로 금산분리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가 금지돼 있다. 금융이나 보험 사업으로 축적된 자금을 계열사에 출자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2019년 상출집단에 포함됐으나 케이큐브홀딩스는 2020년과 2021년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14차례, 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11차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2020년 카카오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 안건은 케이큐브홀딩스가 규정을 준수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부결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국민연금공단과 일부 소액주주는 이사회 소집기간을 7일에서 3일로 단축하면 사외이사의 참석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케이큐브홀딩스의 의결권 행사로 의결 결과가 바뀐 안건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이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의결권 행사를 지시·관여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정황 증거만으로 개인을 고발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심의 과정에서 금융·보험사가 아니라고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융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2020년 정관을 변경해 '유가증권 투자 및 기타 금융투자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사업자등록증상 영위 업종에도 기타 금융투자업을 추가한 점을 언급했다. 2020년 정관을 변경하고도 2021년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산분리 규정을 적용받지 않지만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의 최다출자자가 아니어서 법령상 지주회사가 아니라고 봤다.

카카오는 공정위의 제재에 대해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융업 영위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제재를 결정했다”며 “과거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결정한 내용과 비교해도 과도한 조치로 행정소송, 집행정지신청 등 법적, 제도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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