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동연구로 초기시장 공략
해외서 'B2B' 방식 사업화 추진
국내는 수익화보다 서비스 방점
AI 신약개발 글로벌 플랫폼 도전
배 웅 카카브레인 최고헬스케어책임자(CHO)는 “글로벌 시장에 카카오 AI 의료영상 판독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면서 “2024년 유럽에서 먼저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AI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13일 국내 9개 대형병원과 맺은 AI 의료영상 판독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공개했다. 초거대 AI를 의료영상 판독에 적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배 웅 CHO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세계 최대 규모 공동연구”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브레인이 AI 의료영상 판독에 투자하는 것은 이 분야가 아직 글로벌 초기 단계라는 판단에서다. 장비와 기술 발달로 의료영상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판독하는 것은 소수 영상의학 전문의다. 하루에도 수많은 영상과 사진 자료가 생성되는 대형병원에서 특히 업무 병목현상이 심하다. 과도한 업무로 판독 정확도가 떨어질 우려도 높다. 최근 AI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전문의 라벨링 작업을 거치는 등 한계가 보인다.
배 CHO는 “방대한 자료와 이를 딥러닝 할 슈퍼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AI가 초안판독문을 제공하면 의사가 이를 참고해 판독 및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올해 배 CHO 산하에 헬스케어 조직을 꾸리고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 AI 의료영상 판독과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이 축이다. 이 분야 모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뛰어들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카카오브레인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시장은 기업대기업(B2B) 방식으로 AI 의료영상 판독 서비스를 사업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수익화보다는 병원과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방식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배 CHO는 “(전문의 부족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AI 영상의학 판독 서비스 자체가 글로벌에서 더 잘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면서 “한번 효용성을 입증하면 빠르게 시장에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신약개발 역시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도전한다. 카카오브레인과 국내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갤럭스가 같이 만든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세계 주요 빅파마(거대 제약사)가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AI 신약개발은 알파벳(구글) 자회사인 아이소모픽랩스가 주도하고 있다.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아이소모픽랩스를 이끌고, 알파고 신약 개발 버전인 '알파폴드2'를 내놓는 등 시장이 무르익고 있다.
배 CHO는 “알파폴드2로 AI 신약개발에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면서 “우리도 빠르면 3년 안에 플랫폼을 선보이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은 단백질과 약물 결합을 AI로 시뮬레이션 해 항체 신약을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오의약품 최대 단점인 긴 개발기간과 높은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배 CHO는 “글로벌 빅파마가 카카오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쓰게 하는 한편,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도 만들어 라이센스 아웃(지식재산권을 파는 것)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