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TO는 시작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는 서울 크기에 지나지 않는 면적과 인구 56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다. 동시에 최첨단 디지털 미래경제를 주도하는, 명실상부 아시아 금융허브다. 싱가포르는 전통의 금융시장에서 선진국 반열에 안주하지 않고 발빠르게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며 입지 굳히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이 싱가포르를 글로벌 가상자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증권형토큰(STO)과 관련된 제도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제도화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STO 제도화에 가장 앞서 있는 싱가포르는 눈여겨볼 만하다. 싱가포르는 이미 ADDX거래소가 2020년부터 STO 상품을 출시해 부동산을 넘어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선박, 예술품 등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블록체인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성장에는 2017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STO를 증권으로 분류한 점이 기여한 바가 크다. 싱가포르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지 기업들은 신속하게 STO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국내의 경우 모든 종류의 코인 발행을 금지한다는 정부 지침 아래 법률 규제 범위 유무와 상관없이 STO를 금지하는 상황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증권성을 판단한 후 증권성이 있으면 증권법을 적용, 규제에 적합한 STO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주요 코인인 리플이 증권성을 놓고 다투는 것이 한 예다. 그 외 가까운 일본에서도 STO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규제 테두리 안에서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범사업으로라도 STO가 진행된 사례는 부산 블록체인특구의 '비브릭'(BBRIC)이 있다. 비브릭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비브릭은 지난해부터 소액으로 간편하게 부동산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업계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일찌감치 ADDX에 투자를 집행했고, 복수 기업이 현재 싱가포르 현지에서 ADDX 등과 STO를 준비하고 있다. 제도화가 늦어질수록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분산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조속한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초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STO 플랫폼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증권형 토큰의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를 내세웠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를 활용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해 STO의 정식 제도화를 위한 발판 마련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STO 제도화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하 청구권)을 수익 모델로 했지만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청구권을 증권으로 판단하면서 여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었다.

STO도 이와 같은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조속히 제도를 마련해서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에 힘을 실어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개진에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세종텔레콤 총괄 박효진 부사장 imc@sejongtelec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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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텔레콤 박효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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