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는 혼란스러운 격동기에 놓여 있다. 어떤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이용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볼거리가 생겨나는 현재야말로 미디어의 황금기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지는 것이 있듯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 콘텐츠 이용 행태 변화 등으로 유료방송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용자는 TV 대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어디서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유료방송은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IPTV 역시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OTT의 공격적 가격 책정으로 IPTV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유료 주문형비디오(VoD)의 매출은 2018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가정 체류시간이 증가했음에도 매출이 반등하지 못하는 등 IPTV 위기는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기준 최저 수준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VoD 매출 감소 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사용료 인상 요구까지 수용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 홈쇼핑 사업자는 송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은 가입자에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요금을 받는다. 요금은 방송서비스를 구성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CP에 프로그램 사용료와 콘텐츠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된다. 홈쇼핑 사업자는 가입자에게 홈쇼핑 방송을 노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대가로 송출수수료를 지급한다. 이처럼 유료방송 산업은 여러 구성원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콘텐츠와 서비스, 이에 대한 대가가 순환하며 모두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이룬다.
유료방송 생존과 성장을 위해 콘텐츠 대가, 송출수수료 등에 대한 단편적 주장이 아니라 유료방송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접근과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유료방송 산업 구조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상황 악화를 외면한 채 방송채널 대가 산정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지엽적이고 근시안적 논쟁으로 업계의 피로도만 쌓였다.
미디어 생태계에서 '물'의 역할을 담당하는 재원이 새롭게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덜 마른 샘물을 필사적으로 바닥까지 퍼내는 것은 모두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직 마르지 않은 샘물이 저수지가 될 수 있도록 물길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물길을 막고 있는 각종 걸림돌을 치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유료방송 인·허가 제도와 요금제, 채널 편성, 방송채널 대가 산정 등 유료방송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물길을 틔워서 더 많은 수원을 생태계 안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물론 유료방송 사업자도 규제 완화에 부응해 서비스 품질 향상과 고객이 만족하는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 조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자에 미디어 시장을 내주고 국내 미디어 산업이 고사한다면 이제 막 세계를 향한 도약을 시작한 대한민국 영상콘텐츠 문화는 발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참담한 상황이 오기 전에 국내 미디어의 성장과 진화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PP 프로그램 사용료 등 콘텐츠 대가나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지엽적인 논의보다 유료방송 산업 구조 개선과 이를 위한 정책 마련에 집중할 때다. 건강한 유료방송 생태계를 복원해서 플랫폼, PP, CP, 홈쇼핑 사업자를 비롯한 유료방송 산업 구성원 모두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상경 한국IPTV방송협회 정책기획센터장 carat24@kip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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