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광물자원 제로섬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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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1~2020년 글로벌 리튬 생산량 및 2020년 국가별 리튬 생산량

광물자원 전성시대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이전에 주목받지 못하던 핵심 광물이 뜻밖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전기차의 인기와 대중적 확산으로 이러한 핵심 광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용 리튬 가격은 매주 최고점을 찍고 있으며, 니켈 역시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테슬라,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기업까지 직접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서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자원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자원 패권의 소용돌이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 맨 먼저 다가오는 고민이자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자원 빈국인 우리가 모든 핵심 광물의 광종을 확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선택'과 '포기'를 통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필자가 제안하는 핵심 광물의 우선순위(Priority)는 바로 원자번호 3번 리튬(Li)이다. 리튬은 원소 가운데 밀도가 가장 낮은 고체로, 반응성이 강한 금속의 하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필수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다. 수요도 가격도 뜨거운 핵심 광물 리드오프이자 누구나 아는 리튬을 제안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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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M배터리와 LFP배터리 비교(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리튬과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즉 우리는 하나의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리튬 말고도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정상 수급이 어려운 니켈, 코발트 등을 추가로 수입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일찌감치 리튬·삼원계 기반이 아닌 리튬, 인산, 철을 주요 양극재로 활용하는 리튬인산철배터리(LFP)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 및 확보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과 현지화 공략에 노력하고 있지만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원자재 무기화'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전 세계 배터리 광물의 제련과 원료 제조 분야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원자재 공급망 편재로 인한 글로벌 상황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리튬 이차전지 공급망의 단계별 국가 비중을 살펴보면 리튬 정광은 호주(경암)와 남미(염호)가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원료와 소재(양극재·음극재)는 대부분 중국 제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혹자는 K-배터리라 불릴 정도로 국내 배터리 소재 회사들이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늬만 호랑이일 수 있다. 우리는 제조 분야에서 선전(2위)하고 있지만 원료 분야(18위)에는 약점을 보여 리튬이차전지 분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원재료 역량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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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별 국가 차원을 넘은 자원 부국 간 블록화 정책은 '제2의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불리며 기존 자원민족주의를 넘은 새로운 자원 전쟁, 자원 무기화가 되고 있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65%를 차지하는 '리튬 삼각주'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는 '리튬판 OPEC'을 결성하며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자국 중심으로 아프리카·동남아시아 광산 보유를 더욱 늘리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도 니켈 원광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됐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다. 배터리 양극재용 전구체는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 가운데 90%가 중국산이다. 국산 전구체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 역시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지배력이 워낙 크다 보니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는 항상 '기회'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IRA 발효는 우리에게 큰 위기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미국 배터리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 공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응만 잘한다면 우리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찌감치 2025년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CMCA) 발효에 맞춰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현지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벌어진 틈새시장 속에서 앞으로 생산 비중의 우위 선점이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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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공급망 순위 및 부문별 평가. (출처: BNEF)

그렇다면 지하자원 탐사·개발·활용이라는 국가적 임무와 책임이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리튬 이차전지 공급망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여러 대내외적인 상황 때문에 소홀해진 국내 핵심 광물 탐사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961년 태백산지구 지하자원 조사로 시작된 국내 광물자원 개발은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초석으로 작용했다. 이제 지난 100년 동안의 자원탐사 개발 연구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광물자원 탐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울진 광화대와 국내 33개 휴·폐광산 중심으로 최신 탐사 기술 및 AI 분석 기술을 적용, 리튬을 집중적으로 탐사하고 있다.

둘째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와 가치사슬(GVC) 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핵심 광물 얼라이언스를 구축, 수급 안정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적 협력체계를 이끌고 있다. 또 기술 협력 및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주요 협력국과의 리튬 유망자원 채굴권 확보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으로 리튬 유망 광구 공동 조사·연구를 시작하고, 몽골과도 핵심 광물 공동개발을 위한 ODA 등 다양한 연구개발(R&D) 협력이 성사 단계에 있다. 이와 함께 IRA 대응 장기 전략으로 호주·캐나다 등과의 협력을 강화, 새로운 공급망 체계 구축을 통한 원천적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셋째는 단순한 핵심 광물 확보 차원을 넘어 장기적 전략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선광·제련 기술 고도화 및 폐배터리 재활용 혁신 기술이다. 카자흐스탄 최대 광물 탐사기업 '카자흐미스 바를라우'는 지질연에 친환경 선광·제련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지질연은 일찌감치 친환경 폐배터리 혁신 기술을 개발, 국내외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이제는 버리는 자원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회수(Recovery)하고 재활용(Recycling)하며 가치재활용(Upcycling)을 하느냐가 인류와 지구를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지구 밖 광물자원 탐사다. 달 자원탐사를 통해 아르테미스 계획에 우리 영향력을 높이고 미래의 무한 먹거리 창출을 목표로 선도적이며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발사체와 착륙선에 만족하며 단순히 달에 발자국만 찍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달의 자원 탐사를 통해 '지구의 자원 빈국에서 우주의 자원 부국'으로 거듭날 때다.

소리 없는 총성인 광물자원 무기화는 점점 제로섬 게임이 되고 있다. 시대적 요구와 글로벌 R&D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는 실행력 있는, 과학기술 적용과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 전략과 정책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1%라도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국내 자원개발 성공과 폐자원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 고도화, 지구 밖 광물 탐사가 이뤄진다면 자원 부국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pklee@kigam.re.kr

<필자> 이평구 원장=고려대에서 지질학 학사학위와 광상학 석사학위, 프랑스 오를레앙대에서 지구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해 원장인 지금에 이르고 있다. 희소금속 수요 및 기후변화·지질재해 대응, 달 자원탐사 등 도전적인 기관 운영을 통해 국민의 삶에 유용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 2006년 소방방재청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2020년에 1급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함유된 대기오염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등급)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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