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재료' 'K-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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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생으로서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을 'X세대'라 부른다. 당시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라 불리며 세대 구분과 정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재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제각기 개성과 재능을 뽐내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30대 그룹 임원의 절반 정도가 X세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활약은 경제·산업 분야를 넘어 대중문화·정치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다.

X세대를 꺼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들이 바로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개혁 정신을 여러 부분에서 보여 줬기 때문이다. 이들은 20대에 입던 청바지를 40대에 들어서도 계속 입고, 자신을 위한 문화생활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1997년 IMF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미래와 자신을 향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을 배낭여행에 투자했다면 중년이 돼서는 등산복과 청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같은 'X'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른 'X사건'에 대해 얘기해 보자.

X사건은 드물게 발생하며, 부족한 데이터로 말미암아 예측이 어려운 데다 장기간 지속되고, 충격과 파급력이 모든 지역과 사회에 미치는 극단적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9·11테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태원 참사 등은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극단적 X사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초연결 현대사회는 점점 복잡해져서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이 같은 X사건이 지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정보의 양만 봐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불확실성의 규모는 쉽게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X'를 넘어 이제 'K'에 대해 얘기해 보자.

'한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K-팝을 필두로 우리 고유의 K-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가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으면서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까지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K-트렌드가 언젠가는 문화적 X사건 발생으로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항상 다음 시기를 염두에 둬야 하고, X세대의 개성과 개혁 정신을 떠올리며 한류 기술로서 'K-재료' 'K-기술' 형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이제껏 해 온 추격형 스타일의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선도형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선진국을 추격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은 양적 성과를 중요시하고, 실패하면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도전적 연구 수행이 어려운 구조였다.

불확실성 시대에 대응해서 연구자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과학기술 선도국가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만의 K-재료와 K-기술을 발굴 확산하고, 세계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탄탄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원천 기술이 국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환경 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양적 특허 성과보다는 프리미엄 특허, 삼극 특허 등 질적 성과를 장려해 기술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기술 이전과 사업화를 적극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2022년도 국가 R&D 예산은 전년도와 비교해 8.8% 증가한 29조8000억원 규모다. 적극적 투자를 질적 성과로 이어 가기 위해서는 K-재료와 K-기술을 우리 고유문화처럼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K-재료 K-기술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ljh1239@kim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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