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꺼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로 여야간 협의 물꼬를 텄지만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정국은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오늘 헌법이 부여한 국회 권한으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이번주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이 장관 해임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전날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원내지도부에 이 장관 건에 대한 대응을 일임하기로 결정한 이후 나온 조치다. 당초 이 장관 '탄핵안'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탓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내지도부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해임건의안을 먼저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계획에 따르면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처리되는 시기는 다음달 2일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도 꺼냈다. 해임건의안 이후 탄핵안이라는 기존 투스텝 전략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에도 (이 장관이) 자진사퇴하지 않거나 대통령이 거부하면 민주당은 내주 중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가결시키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집권 여당에 일말의 양심과 책임이 있다면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민심을 거스를 순 없을 것”이라며 “아직도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의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지금도 기승전문재인, 기승전이재명, 기승전민주당 등으로 남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처리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반응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의 자진사퇴나 윤 대통령의 결단 등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일단 해임 건의안을 처리하고 대통령의 공식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여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은 바 있다. 특히 정기국회 예산 국면과 맞물려 극심한 대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어렵게 복원된 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민주당의 자제를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로 어렵게 놓은 협치의 다리를 끊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회는 극한 경쟁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미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며 “국정조사 시작도 전에 미리 파면을 주장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