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동절기를 맞아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변수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동절기 단축 영업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구조 악화에 대응해 경비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3개월 동안 이마트 44개점과 트레이더스 21개점 등 총 65개 점포의 폐점 시간을 밤 11시에서 밤 10시로 조정한다. 충남 보령점과 전북 남원점은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한다. 이마트 자체 영업시간 단축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장 운영의 효율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동절기 영업시간 변경은 대형마트 가운데 이마트가 유일하다. 이마트는 지난 2월에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임시로 영업 종료 시간을 앞당겼다. 이마트의 영업시간 조정도 당시 축적한 고객 구매 데이터 분석에 기반했다. 방역 지침에 따라 폐점 시간을 앞당겼지만 유의미한 매출 감소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는 경쟁 대형마트도 함께 영업시간이 줄었지만 이번에는 이마트만 점포 폐점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고객 이탈 우려도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영업시간 단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밤 12시까지, 롯데마트는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밤 11시까지 영업을 유지한다. 이마트는 동절기에 홈플러스보다 폐점 시간이 2시간 짧아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영업시간 단축에 따르는 비용 절감 목적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밤 10시 이후 근무는 야간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마트는 유동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 점포 중심으로 폐점 시간을 앞당겨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마트는 최근 실적 부진과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비용을 축소하는 '긴축 모드'에 들어갔다. 올해 3분기 이마트 할인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줄어든 755억원이다. 인사비 등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익 개선을 위해 판관비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재무건전성도 제고해야 한다.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올해(1~3분기) 이마트가 지출한 이자는 약 2076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54.6% 급증했다. 누적 영업이익 1229억원으로는 이자 비용도 내지 못한다.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도 21.3% 줄었다. 1년 내 만기를 앞둔 기업어음(CP)과 회사채도 수천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된 만큼 경비 절감 등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