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거' 소주가 인기다. 건강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에 설탕을 빼고 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음료, 과자에 이어 소주까지 다양한 '제로'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내년부터 주류 열량 표시 자율 방안이 시행되는 만큼 과당을 덜어낸 제품의 출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제품은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과당을 넣지 않아 당류는 0% 지만 이를 대체하는 효소처리 스테비아와 에리트리톨 등을 사용했다. 100㎖당 90㎉이며, 한 병을 모두 마시면 326㎉다. 제로 슈거 희석식 소주인 데다 증류식 소주를 소량 첨가, 맛을 냈다.
새로는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690만병을 달성했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매출은 약 47억원이다. 통상 소주 제품이 도매상을 거쳐 소매점에서 팔리는 시일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제품이 인기몰이하면서 주가도 오름세다. 롯데칠성 주가는 지난달 28일 13만7000원(종가 기준)에서 1개월 만인 이달 28일 15만6000원으로 13.8% 올랐다.
보해양조가 지난해 8월 내놓은 '보해소주'는 과당 대신 자연산 소금을 정제해서 넣어 차별화한 제품이다. 지난해 출시 이후 올해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300만병에 이른다. 보해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전체 실적도 견인하고 있다. 올해 보해 전체 소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22%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다.
보해 관계자는 “기존 소주 제품은 당 성분을 첨가해서 소주의 쓴맛을 감췄다면 '보해소주'는 자연산 소금을 정제해서 당을 대신할 솔트레시피를 적용한 제품”이라면서 “소금이 가진 맛과 성분을 이용해 더 깔끔한 뒷맛을 내면서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로 슈거 주류 출시는 내년에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부터 주류에 열량과 영양성분을 필수 기재하는 주류 열량 자율표시가 확대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류에 영양정보 표시 의무 규정이 없어 일부 업체만 열량을 표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업계와 열량 표시를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2025년까지 영양정보 표시 제품을 단계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참여 업체는 70개사로, 매출액(4조9000억원)으로 따지면 전체의 72%에 해당한다. 열량 정보는 '주류 330㎖(○○㎉)' 방식으로 표기될 예정이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