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 3세가 대표이사 선임 직후 건설부문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대여했다. 건설업계에 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얼어붙자 유동성 확보부터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SGC에너지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SGC이테크건설에 800억원에 대여하기로 결의했다. SGC에너지의 자기자본 7400억원 가운데 10.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달 30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3개월 동안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이자율은 9.01%다.
이번 결정은 SGC에너지 및 SGC이테크건설 이사회가 이우성 부사장을 각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 직후 나왔다. 두 회사는 OCI 계열사다. 이우성 사장은 'OCI 창업자' 이회림 회장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의 장남이다. SGC에너지 및 SGC이테크건설의 전략 총괄을 맡으면서 OCI 대표 계열사인 양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 사장은 최대주주 임원으로서 양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장이 승진과 동시에 계열사 자금 대여에 나선 것은 유동성 확보와 재무 부담 경감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업계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경색 여파로 금융권은 '부동산 PF 조이기'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유동성 압박감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GC이테크건설 단기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36억6000만원에 그쳤다. 전액을 엔지니어링공제조합으로부터 이율 2%에 빌렸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시적 단기 차입 규모는 20배 넘게 늘었고, 이율은 4배 이상 뛰었다.
SGC에너지 관계자는 “이 사장은 SGC에너지와 SGC이테크건설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내부 사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대표이사 선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SGC이테크건설에 자금을 대여한 것은 선제 유동성 확보로 시장에 대응하려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