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근로시간 규율 틀 바꿔야”...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시급

경제계가 근로시간 제도를 시대변화에 부합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고, 고소득자에게는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배제 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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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별 취업자 비중 변화(1963년 vs 2021년).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이같은 내용이 담긴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과거 제조 및 생산직에 맞춰서 만들어진 획일적 근로시간 규율체계가 주52시간 시행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구조·근무형태와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탄력·선택·재량 등 유연근로제를 기업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노사가 협의와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배제 할 수 있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전체 취업자 중 화이트칼라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실제 1963년 18.3%였던 화이트칼라 비중이 2021년에는 41.5%로 현저히 높아졌다. 반면, 서비스·판매직은 동기간 41.4%에서 22.5%로, 블루칼라는 40.3%에서 36.0%로 낮아졌다.

대한상의는 현재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과제로 추진하는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방향 역시 기존의 근로시간 규율 틀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기업의 다양한 요구와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산업·업무의 특성, 근로형태의 다양성 등을 감안해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외에도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주요 선진국에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논쟁이 거의 없는 것은 특정 직무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거나, 노사가 합의를 통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제도를 이미 도입해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부적합한 전문직·관리직·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도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미국과 유사한 '고도 프로페셔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탈시간급제)'를 2019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근로계약을 통해 최장근로시간인 1주 4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도록 약정하는'옵트 아웃(Opt Out) 제도'를 두고 있다. 프랑스는 단체협약을 통한 연간 근로일수와 임금을 포괄약정하는'연단위 포괄약정제도'를 두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약정을 한 경우 법정근로시간 및 최장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고소득 전문직·관리직·연구개발(R&D)직에 대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과 함께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 규율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근로시간 자유선택제(옵트 아웃)의 도입을 제안했다.

대상근로자 예시로 전문직·관리직·연구직에 종사하는 자로 전체 근로소득 상위 2%(2020년 귀속 근로소득 기준 1억2900만원) 이내에 드는 근로자이거나 최저임금의 5배(2022년 기준 1억1500만원) 이상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들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체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혁신국가가 돼야 하지만 획일적 노동시장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라며 “하루빨리 변화되는 산업환경에 부합되는 근로시간 규율체계를 정립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